국내 증시가 주가 방향성을 가를 변수 앞에 숨을 죽였다. 이번주 나라 안팎에서 예정돼 있는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경계감과 관망세가 맞물리며 지수를 짓누르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코스피가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밀려난 가운데 시장의 시선은 일제히 주요 기업의 실적 발표에 쏠리는 모양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추가적인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할지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 등도 향후 증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2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46% 내린 5469.47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가 5000 초반부터 상승 랠리를 본격화했던 지난 4월 6일(5450.33) 이후 약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날 주가 하락은 중동지역의 군사적 긴장 고조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국채금리가 다시 오름세로 전환하면서 글로벌 증시가 전반적 약세를 보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1.16% 내린 21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는 0.16% 하락한 127만5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장 초반에는 일본 낸드플래시 업체인 키옥시아에서 거둔 투자 수익으로 16조원대 특별배당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131만5000원까지 상승했다. 다만 이날 오전 10시께 SK하이닉스가 “확정된 사항이 없다”는 공시를 내면서 상승폭을 일단 반납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이나 추가 주주환원 정책이 나오면 수급 불안을 다소 진정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SK하이닉스는 실적 발표일인 28일에 추가 주주환원 계획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도 이사회를 거쳐 지난 8월 주주환원 발표 당시 언급된 약 30조원 규모의 3분기 현금배당 방안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확정 실적을 공개하는 오는 29일 오전에 이사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번주 미국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도 증시 향방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28일(한국시간) 미국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업체인 시게이트를 시작으로 29일 마이크로소프트(MS)·알파벳, 30일 아마존·인텔·샌디스크 등이 잇따라 실적을 내놓는다. AI 인프라 투자의 수익화 여부에 시장 관심이 쏠려 있다.

반도체·저장장치 업체들은 AI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에 따라 실적이 개선됐지가 관건이다. 이들의 분기 매출은 시게이트가 전년 동기 대비 52~60% 증가한 40억~42억달러, 샌디스크가 346~368% 급증한 103억~108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 역시 올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5~23%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기업의 실적이 기대치를 웃돌면 AI 인프라 수요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며 반도체주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MS·알파벳·아마존 등은 클라우드 사업의 성장세를 눈여겨볼 만하다. MS는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의 매출이 지난 2분기 42% 성장한 데 이어 3분기에도 약 45% 신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마존은 이번 분기 AWS(아마존웹서비스)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3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알파벳 역시 지난 분기에 82% 급증했던 구글클라우드의 성장세가 유지됐는지가 관건이다. 클라우드 분야 성장세가 기대에 못 미치거나 투자 부담이 부각되면 AI 관련주의 고평가 논란은 재점화될 수 있다.

29일 새벽 3시에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0월 FOMC 정례회의 결과가 발표된다. 9월에 고용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번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향후 긴축 경로에 대해 어떤 발언이 나올지가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같은 날 저녁에 발표되는 9월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도 체크해야 할 지표다. 시장에서는 9월 PCE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3.4% 올라 8월과 유사한 수준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