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원화값이 지난 3개월 새 10% 이상 급등하자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 전망이 업종별로 극명하게 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 강세(환율 하락)가 기조적으로 나타나는 시기에는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실적이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자동차·석유화학 업종은 수출 채산성 악화와 업황 부진이 맞물리며 실적 눈높이가 낮아졌다. 반면 반도체·화장품 업종 등은 글로벌 수요 확대로 환율 영향을 상쇄하면서 전망치가 오히려 상향 조정됐다.

22일 매일경제가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7월 20일부터 이달 20일까지 3개월 사이에 증권사 등 추정 기관 3곳 이상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집계된 상장사 265곳 중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하향 조정된 곳은 124곳(46.8%)으로 집계됐다.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58곳 가운데 133곳(51.6%)이 기존보다 낮아졌다.

업종별로는 자동차·전력 분야 상장사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모두 하향 조정됐다. 인터넷 서비스는 5곳 중 4곳(80%), 미디어는 9곳 중 7곳(77.8%), 게임 소프트웨어와 호텔·레저는 각각 8곳 중 6곳(75%)이 하향됐다. 화학은 13곳 중 8곳(61.5%), 전자 장비 및 기기는 14곳 중 8곳(57.1%)의 전망치가 낮아졌다.

이 같은 실적 전망 차별화에는 원화 강세가 영향을 미쳤다. 7월 20일에 달러당 1478.4원이었던 원화값은 이달 20일 1322.9원으로 10.5% 올랐다. 그러자 자동차·방산 등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은 달러 매출의 원화 환산액 감소로 수익성에 상당한 영향이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내 완성차 기업들의 영업이익 전망은 크게 줄었다.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10.8%, 6.1% 하향 조정됐다. 매출에 비해 영업이익 감소 폭이 더 컸다. 올해 매출 컨센서스의 경우 현대차는 3.4% 낮아진 반면 기아는 1.1% 상향 조정됐다. 수익성 악화에는 원화값 상승에 따른 원·재료비 부담이 겹친 것으로 분석된다.

수출 비중이 높은 방산 기업들도 환율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현대로템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석 달 새 1조1552억원에서 9946억원으로 13.9%, 한국항공우주는 4547억원에서 3418억원으로 24.8% 각각 하향 조정됐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수출 비중이 큰 대형사 위주로 컨센서스가 소폭 하향 조정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2.5%, 3.8% 감소했다. 반면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인 기가비스와 티에스이는 각각 27.3%, 14.1% 늘었다.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확대가 환율 영향을 압도한 셈이다.

화장품 등 일부 업종도 환율 부담을 글로벌 수요 확대가 상쇄할 것으로 전망됐다. 코스맥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2332억원에서 2684억원으로 15.1% 늘어났다. 한국콜마와 아모레퍼시픽도 각각 11.3%, 5.5% 증가했다. 해외 고객사 주문이 늘고 있고, 생산 물량 확대와 공장 가동률 개선에 따른 수익성 향상도 기대되기 때문이다.

방산 업종 내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현대로템·한국항공우주와 달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실적 전망치가 상향 조정됐다. 폴란드 등 대형 수출 계약에 따른 납품 물량이 실적을 뒷받침하면서 환율 부담을 일부 상쇄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화 강세로 원자재 수입 비용 절감이 기대되는 업종에서도 실적 전망이 엇갈렸다. 석유화학 업종이 대표적이다. 롯데케미칼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779억원 흑자에서 1075억원 적자로 바뀌었고, LG화학은 3.8% 하향됐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의 실적 부진에) 유가, 판가, 환율 하락이 부정적인 시차 효과를 미쳤을 수 있다”며 “반대로 환율 하락으로 인한 개선 폭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반면 같은 원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정유 업종은 실적 눈높이가 높아졌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93%, 28.9% 상향 조정됐다. 석유제품 공급 부족에 따른 정제 마진 강세 등이 기대치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