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마비 가정 시 스테이블코인 70% 이상 타격 주장
장기 추세 대비 2표준편차 하락 시 매수…솔라나·수이도 보유
디지털자산 시장 2년 내 10조달러·2035년 100조달러 전망
[블록미디어 이혜연 기자] 라울 팔 리얼비전(Real Vision) 최고경영자(CEO)가 이더리움(ETH)을 미래 가치 대비 크게 저평가된 디지털자산(가상자산)으로 평가했다. 그는 비트코인(BTC), 솔라나(SOL), 수이(SUI)도 보유하고 있지만, 이더리움이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역할에 주목한 것이다.
팔은 지난 15일(현지시간) 팟캐스트 ‘웬 시프트 해픈스(When Shift Happens)’에 출연해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가치가 시장에서 충분히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더리움 중단 시 최대 1조5000억달러 타격
팔은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갑자기 작동을 멈추는 상황을 가정했다. 이 경우 전체 스테이블코인의 70~76%와 비슷한 비중의 탈중앙화금융(DeFi)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물자산 토큰화 시장과 디지털 아트 시장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봤다. 이더리움 위에서 작동하는 레이어2 네트워크 역시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팔은 이 같은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치 손실을 1조~1조5000억달러로 추산했다. 시장이 이더리움에 대한 생태계의 의존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비트코인이 담보자산으로 수요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이더리움 같은 자산은 앞으로 다가올 변화에 비해 크게 저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팔이 제시한 수치는 네트워크 중단을 가정한 추산으로, 실제로 발생할 손실 규모를 확정한 수치는 아니다.
“장기 추세에서 크게 벗어날 때 매수”
팔의 투자 전략은 단기 가격 변동을 예측하기보다 장기 추세에서 크게 벗어난 자산을 매수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는 자산 가격이 장기 추세에서 표준편차 2배 이상 하락하면 매수한 뒤 장기간 보유하는 전략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지난 2년 동안에도 이 원칙을 유지했다는 설명이다.
팔은 2022년 시장 저점 부근에서 매수한 이더리움과 솔라나가 이후 사상 최고가까지 상승한 사례를 들었다. 고점에서 매도한 뒤 더 낮은 가격에 재매수하는 전략은 심리적으로 실행하기 어렵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이더리움 외에 솔라나와 수이도 보유하고 있다. 수이의 경우 자산과 거래가 네트워크 안에서 얼마나 밀도 있게 연결되는지를 뜻하는 경제적 밀도(economic density)에 주목했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흐름과 관련해 지캐시(ZEC)에도 같은 매수 전략을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유동성 회복 기대…2035년 시장 100조달러 전망
팔은 디지털자산과 기술주가 그동안 통화량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새로운 자금이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로 유입되면서 다른 자산시장으로 흘러갈 유동성이 제한됐다는 분석이다.
앞으로 금리 인하와 기업들의 자본 지출 확대가 이어지면 자금이 디지털자산 시장으로 다시 유입될 수 있다고 봤다. 금과 나스닥 지수 대비 디지털자산 가격도 저평가돼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지난 10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수이 베이스캠프(Sui Base Camp) 행사에서 전체 디지털자산 시장 규모가 향후 18~24개월 안에 10조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35년에는 100조달러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제시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는 향후 3~4년 안에 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기관투자자의 온체인 자산 이동과 토큰화 확대가 주요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AI 에이전트가 경제활동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시점도 주목했다. 팔은 2030년 전후를 AI 에이전트가 경제 시스템을 크게 바꾸는 ‘경제적 특이점(economic singularity)’의 시기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향후 4년이 부를 축적하는 데 중요한 기간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트코인 역시 장기 추세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기술주 대비 저평가돼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글로벌 유동성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으면 가격 상승이 지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팔의 전망은 단기 가격 움직임보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활용도와 장기 추세에 주목해야 한다는 기존 관점과 맞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