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에 오를 때마다 승객들은 약속이나 한 듯 왼쪽 문으로 향한다. 항공기에는 수많은 출입문이 있는데 왜 유독 왼쪽만 고집하는 걸까. 여객기의 ‘왼쪽 문’에는 사실 배에서부터 이어진 오래된 관행과 공항의 효율적인 지상 운영 방식이 숨어 있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여객기가 왼쪽으로 승객을 태우는 관행은 해상 운송의 영향을 받았다. 선박에서는 왼쪽을 ‘포트(port)’, 오른쪽을 ‘스타보드(starboard)’라고 부르는데, 과거 선박의 조타용 노가 오른쪽에 달려 있어 부두에 접안할 때 왼쪽을 대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승객과 화물을 싣고 내리는 쪽이 자연스럽게 왼쪽으로 굳어진 것.

이 관행은 항공산업이 등장한 뒤에도 이어졌다. 초기 여객기는 지금처럼 탑승교를 이용하지 않고 공항 터미널 인근에 기체를 세운 뒤 계단을 통해 승객을 태웠다. 당시 선박의 ‘포트사이드’ 관행이 여객기에도 영향을 주면서 왼쪽을 승객 탑승용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자리 잡았다. 다만 초기 여객기 중에는 오른쪽에 승객용 문을 둔 기종도 있었던 만큼 처음부터 절대적인 규칙이었던 건 아니다.

공항이 현대화하면서 왼쪽 탑승 관행은 더욱 굳어졌다. 특히 탑승교가 보급되면서 여객기와 터미널을 연결하는 위치가 표준화됐고, 승객이 왼쪽 문을 통해 탑승하는 방식이 일반적인 운영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한 번 정착된 방식을 유지하면 공항의 탑승교와 여객기 주기 위치를 일관되게 설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오늘날은 왼쪽에서 승객을 태우고, 오른쪽에서 각종 지상조업을 진행하는 방식이 사실상 하나의 운영 체계가 됐다. 여객기가 주기장에 들어오면 한쪽에서 승객이 탑승하는 동시에 다른 쪽에서는 급유와 수하물 처리, 기내식 공급, 청소 등이 이뤄진다. 양쪽의 역할을 나누면 여러 작업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어 여객기의 지상 조업 시간을 줄이는 데 유리하다.

여객기 오른쪽에도 문은 있다. 대형 여객기는 대부분 좌우에 여러 개의 객실 출입문과 비상구를 갖추고 있으며, 비상 상황에서는 여러 출구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간혹 공항버스를 이용해 기체까지 이동하는 경우에는 탑승교 대신 계단을 사용하기에 여러 출입문이 활용되기도 한다.

흥미로운 건 항공산업이 배의 흔적을 꽤 많이 갖고 있다는 점이다. ‘포트’와 ‘스타보드’뿐 아니라 선장(captain), 선실(cabin), 항해(navigation) 등 항공에서 익숙하게 사용하는 용어 상당수가 해양 분야와 연결돼 있다. 항공기가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등장했지만, 기존 운송산업의 경험과 관행을 상당 부분 이어받은 셈이다.

여객기 설계부터 탑승교 배치, 지상조업 장비의 동선까지 서로 맞물리면서 오늘날 승객은 자연스럽게 왼쪽으로 타고 내리게 됐다. 매일 반복되는 익숙한 탑승 방식에도 항공산업이 발전해 온 과정과 공항 운영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준이 함께 담겨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