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내 인터넷이 빨라지면서 비행 중 업무 화상회의를 하거나 가족·친구와 영상통화를 하는 승객이 늘고 있다. 하늘 위에서도 지상과 다름없이 소통할 수 있게 된 이점도 있지만, 객실에서 계속되는 통화 소음이 다른 승객들의 휴식을 방해하며 새 갈등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타링크를 비롯한 고속 기내 인터넷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비행 중 줌이나 페이스타임 등을 이용하는 승객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초 미국 시카고에서 덴버로 향하는 유나이티드항공 항공편에 탑승한 크리스토퍼 모스비는 스타링크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반가움을 느꼈다. 하지만 비행 시작 15분 만에 다른 승객의 업무 통화 소리가 들려왔다. 회의 안건을 확인하는 목소리부터 “내 화면 보이냐”는 말까지 객실에 울려 퍼졌다.

모스비는 “실제로 업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른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좋다”면서도 “다른 승객들까지 회의에 함께 참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타르항공을 자주 이용하는 올리버 루이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카타르항공은 스타링크를 도입한 항공사 중 하나로 기내 음성·영상통화를 허용하고 있다.

루이는 최근 한 승객이 케이프타운에서 도하로 향하는 약 2시간 동안 업무 통화를 이어가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 루이는 “비행기 안은 상당히 조용하기 때문에 객실 전체가 무슨 이야기가 오가는지 듣기가 매우 쉽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객 피터 자발로스는 지난해 비행 중 한 승객이 전화를 받아 몇 분간 친구와 통화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는 당시 상황을 두고 “마치 집에 있는 것처럼 친구와 안부를 주고받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기내 통화에 항의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는 그는 “통화를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고, 이들은 상당히 공격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한다”고 전했다.

기내 통화를 둘러싼 논란은 규제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비행 중 휴대전화 통화를 금지하고 있는 반면, 와이파이를 이용한 통화에는 해당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항공사별 정책이 승객들의 통화 가능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올해 음성 통화뿐 아니라 영상 통화도 금지한다는 규정을 명확히 했다. 미국에서는 올해 초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이 기내 음성 통화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WSJ는 이 법안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이들 가운데 출장 빈도가 높은 비즈니스 여행객들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