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A씨는 우회전하다 앞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상대 차량에는 60대 부부가 타고 있었다. 차량은 가볍게 긁힌 정도였지만, 부부는 한방병원 2인실에 입원해 침, 부항, 추나 등 이른바 ‘세트 진료’를 받았다. 보험사가 부담한 치료비만 530만원이 넘었다.

자동차보험 한방 진료에서 침·부항·뜸·약침·추나 등 여러 치료를 한꺼번에 시행하는 세트 진료가 지난 10년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에서는 환자의 증상이나 상해 정도에 따라 필요한 치료를 하기보다 보험 청구가 가능한 여러 시술을 한꺼번에 시행하는 세트 진료가 한방병원에서 관행처럼 확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과잉진료가 늘어나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악화되고, 결국 보험 가입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방 세트청구 건수는 2015년 24만4122건에서 2025년 625만173건으로 10년 새 25.6배 증가했다. 세트청구 건수는 매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323만6818건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비세트청구 건수는 약 312만건에서 525만건으로 1.7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세트청구는 침·뜸·부항·약침·추나·한방물리요법·온랭 경락요법·첩약 등 한방 치료 8가지 가운데 6가지 이상을 하루에 시행하고 보험사에 치료비를 청구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전체 청구 건수 가운데 세트청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7.3%에서 지난해 54.3%까지 상승했다. 세트청구 진료비 역시 같은 기간 264억원에서 6470억원으로 24.5배 증가했다.

한방 세트청구가 급증하면서 자동차보험 진료비에서 한방 진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전체 대인 한방 처치료는 2015년 1247억원에서 지난해 6307억원으로 5.1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양방 처치료는 689억원에서 772억원으로 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전체 대인 처치료 지급액에서 한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64.4%에서 지난해 89.1%까지 높아졌다. 올 상반기에도 증가세는 이어졌다. 대인 한방 처치료는 4563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규모의 72%에 달했다.

보험업계에서는 한방 세트 진료가 급증하는 배경으로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기준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세부 심사 지침상 한방 세트 시술을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이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문제는 한방을 중심으로 한 과잉진료와 진료비 증가가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와 보험료 인상 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주요 손해보험사 5곳인 삼성화재·메리츠화재·DB손해보험·KB손해보험·현대해상의 올해 8월 누적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4.3%로,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약 80%를 웃돌았다.

올해 상반기 손보사들은 6년 만에 반기 기준 1890억원의 자동차보험 적자를 기록했다. 손해율 악화가 지속될 경우 보험료 인상 압박으로 이어져 다수 보험 가입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교통사고 환자의 상태나 상해 정도와 관계없이 여러 한방 치료를 한꺼번에 시행하는 세트 진료가 관행처럼 확산한 측면이 있다”며 “치료 필요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복수의 처치가 반복되면 자동차보험 진료비와 손해율을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