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162조원 규모 미래대응기금을 놓고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가 국회의 재정통제권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초과 세수를 활용해 미래 투자에 발 빠르게 대응하겠다며 기금 운용 재량을 넓히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입법부의 견제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정부 재정 운용권과 국회 권한을 놓고 이번주 열리는 국정감사에서 논쟁이 예상된다.
4일 재경위는 국가재정법 개정안 검토 보고서를 통해 “미래대응기금이 국회가 의결한 재정계획을 회계연도 중 상당한 규모로 변경하면서도 국회의 사전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을 수 있다”며 “국회의 재정통제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는 구조”라고 밝혔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 출범 규모를 162조3000억원으로 잡고, 이 중 45조4000억원을 내년 각종 사업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청년 일자리 사업, 인공지능(AI), 전략기술, 지방국립대 장학금 등이 대표적이다.
국회가 문제를 삼은 부분은 미래대응기금 지출액을 30%까지 국회 의결 없이 정부 재량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하는 특례다. 현행 국가재정법은 금융성기금에 30%, 그 밖에 사업성기금 등에는 20%의 정부 자체변경 한도를 적용하고 있다. 금융성기금은 보증·보험 등 금융거래와 연계되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 지출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내년 미래대응기금 대부분의 지출이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 등 정책 목적과 사업 내용이 사전에 정해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지출 구조를 고려할 때 금융성기금과 동일한 30%의 자체변경 한도 적용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정부안 기준 미래대응기금의 자체변경 가능 규모는 13조6200억원으로, 현행 사업성기금 수준인 20%를 적용할 때보다 4조5400억원 많다.
국회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거치지 않고 미래대응기금으로 일반회계 세입을 메울 수 있도록 한 특례도 논란이다. 재경위는 “세수 결손 시 추경을 통한 국회의 세출 조정과 지출 우선순위 재점검 기능이 약화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미래대응기금 역시 국가재정법과 국회법에 따른 통제를 받는다”며 “국회 심의 과정에서 삭감된 사업을 증액하거나 사업을 자체적으로 신설할 수 없도록 하는 등 통제장치도 마련돼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