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마무리되고 있는 가운데 다른 상장사들도 잇달아 자사주 매입·소각을 발표하고 있다.
특히 제일기획이 자사주 매입·소각에 나서면서 다른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9월 한 달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8곳이 총 5685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결정을 공시했다.
이 중 가장 자사주 취득 규모가 큰 곳은 KT&G였다. KT&G는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고 207만주, 발행주식 총수의 약 2%에 해당하는 36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소각하겠다고 발표했다. 4월에는 보유 중이던 약 1조8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전량 소각했다. 이에 따라 2024년 11월 2024~2027년 중장기 주주환원 계획에서 제시했던 자사주 소각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자사주 소각은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자기주식을 없애 발행주식 수를 줄이는 방식이다. 단순히 자사주를 매입해 회사가 계속 보유하는 행위와 달리 소각까지 완료되면 해당 주식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보다 직접적인 주주환원 수단으로 꼽힌다.
제일기획은 10월 1일부터 12월 30일까지 4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장내에서 매수하는 것을 포함해 향후 1년 안에 1400억원 규모를 추가로 취득해 소각한다. 여기에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기존에 보유한 28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전량을 소각할 예정이다. 제일기획이 이번에 소각하기로 한 자사주는 총 1376만2500주다. 회사 전체 발행주식 수의 12%에 해당하는 막대한 물량이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제일기획은 삼성그룹 계열사 중 자사주 비율이 가장 높다.
제일기획의 보유 자사주 2800억원과 향후 취득할 1400억원을 합산하면 이번 계획과 관련된 자사주 소각 규모는 총 4200억원에 달한다. 제일기획은 기존 자사주를 정리하고 신규 매입까지 동시에 추진하면서 주주환원 정책의 강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이번 결정은 제일기획의 실적 성장세가 다소 둔화된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도 주목된다. 제일기획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92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63% 증가했다. 외형을 보여주는 매출액은 1조745억원으로 같은 기간 3.96% 감소했다.
이 밖에 셀트리온이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소각하겠다고 밝혔으며 한화오션은 임직원 보상 목적으로 336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공시했다. 이외 KSS해운(198억원 규모), 한섬(100억원 규모) 역시 자기주식 취득결정을 공시했다.
상장사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다.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전체 주식 수가 줄어들어 주당순이익(EPS)이 늘어난다. 이로 인해 주당배당금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저평가 해소 신호를 줄 수 있다. 주가가 낮은 상태일 때는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주식을 매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사주 매입은 전체 주식 수를 낮춰 대주주 지분율이 올라가는 효과도 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일회성 자사주 매입의 경우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매도할 기회가 되기 때문에 주가부양 효과가 적을 수 있다”면서 “반면 자사주 매입을 꾸준히 할 것이란 믿음이 생기면 장기 투자자 위주로 주주가 재편되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선 중기 주주환원책을 공표하고, 자사주를 가능한 연중 내내 매입하는 편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KT&G는 2년 전 중장기 환원 계획을 발표하며 주가가 63%가량 상승했다.
개정 상법도 자사주 소각 결정이 증가하는 흐름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올 3월 시행된 개정 상법에 따라 새로 취득한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1년 안에, 기존 보유 자사주는 1년6개월 안에 소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