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최근 국내 증시의 급격한 변동을 키운 요인 중 하나로 고빈도매매(HFT)를 지목하고 추가적인 규율 방안을 검토중이다. 레버리지 투자상품과 신용융자·미수거래 관리도 강화하고, 급격한 시장 변동에 대비한 긴급 시장안정조치도 보강하기로 했다.
변제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28일 서울 중구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열린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 기조연설에서 이 같은 자본시장 정책 방향을 밝혔다.
변 국장은 지난 6~7월 반도체 업종 쏠림과 레버리지 확대가 맞물리며 시장 변동성이 커진 뒤 급격한 조정을 경험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앞으로 시장은 레버리지의 힘이 아니라 기업의 실적과 투자자의 자기자금에 기반해 성장해야 한다”며 레버리지 투자상품과 신용융자·미수거래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시장 변동성을 확대하는 고빈도매매에 관해서는 적절한 규율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방식과 도입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HFT는 알고리즘과 전용 주문시스템을 이용해 짧은 시간 안에 대량의 주문·정정·취소를 반복하는 거래 방식이다. 김승원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한국거래소에 등록된 HFT 계좌는 2266개, 거래대금은 약 3927조원으로 거래소 전체의 약 58%에 달했다.
현재도 HFT에는 일정한 규율이 적용된다. 거래소 규정상 고속 알고리즘거래자는 사전에 등록해야 하고, 거래 과정에서는 식별번호를 부여해 거래주체와 주문을 관리한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도 이날 ETF 유동성공급 계좌를 고속 알고리즘거래 계좌로 신고하지 않은 미래에셋증권에 회원경고 조치를 공표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가 검토 중인 방안은 기존 등록·모니터링 체계에서 한발 더 나아간 추가 규율이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둘러싼 시장 급변 이후 과도한 거래를 억제하기 위해 선물시장에서 운영 중인 과다호가부담금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한 바 있다. 다만 이날 언급한 HFT 규율 방안에 이 같은 수단이 포함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변 국장은 이와 함께 기존 수단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비해 정부의 긴급 시장안정조치를 강화하고, 핀플루언서의 무분별한 투자추천과 시장교란행위에도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구조개혁도 이어간다. 장기간 낮은 주가를 유지하는 저PBR 기업에 대한 공표제도를 시행하고, 공개매수 과정에서 대상 회사 이사회가 전체 주주 관점에서 인수 제안을 평가하도록 하는 이른바 ‘베어허그’ 제도 도입도 추진한다.
변 국장은 베어허그에 대해 “주주충실의무와 결합해 이사회로 하여금 지배주주가 아닌 전체 주주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의견을 표명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PBR 기업 공표제도는 오는 11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최근 3년간 PBR이 코스피는 업종별 하위 25%, 코스닥은 하위 10%인 기업이 대상이며 금융위는 지난 5월 기준 약 120~220개사가 대상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유망기업의 진입을 촉진하는 동시에 부실기업 퇴출을 강화한다. 동전주·저시가총액 기업 퇴출을 확대하고 우량기업을 별도로 묶는 ‘코스닥 셀렉트’를 통해 기관투자자 자금 유입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변 국장은 일부 기업과 투자자의 불만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시장 신뢰를 높이기 위한 구조개혁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