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로 유죄를 받으면 편취한 보험금을 돌려주고 형사처벌을 받는 것으로 끝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된 보험계약 자체는 어떻게 될까요.
약관에는 이런 경우 계약을 해지한다는 조항이 따로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보험사는 계약을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지, 아니면 약관에 없어도 해지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됩니다.
A씨는 2007년 우체국과 입원 1일당 입원급부금을 지급받는 보험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런데 A씨는 입원치료가 필요 없거나 필요한 기간을 초과했는데도 계속 입원치료를 받고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결국 이 사실로 인해 형사재판에서 보험사기죄로 유죄를 인정받았고, 해당 판결은 올해 1월 확정됐습니다. A씨는 형사사건 확정 전인 지난해 8월 우체국을 피공탁자로 편취액 일부를 변제공탁했습니다.
우체국은 이 공탁과 별개로 A씨와의 보험계약을 해지하겠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보험금 편취로 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가 무너졌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A씨는 두 가지를 들어 다퉜습니다. 보험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보험금을 지급한 우체국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점이 하나였습니다. 다른 하나는 자신이 변제공탁까지 해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했으니 신뢰관계가 깨졌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재판부는 보험계약이 장기간 지속되는 계속적 계약인 데다 당사자에게 높은 수준의 윤리성과 선의가 요구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부당한 보험금 청구로 당사자 간 신뢰관계가 무너져 더 이상 계약의 존속을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의 중대한 사유가 발생했다면 보험사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A씨가 보험금 편취 범행을 여러 차례 반복한 점을 중요하게 봤습니다. 여기에 A씨가 공탁한 돈도 전체 편취액의 일부에 불과했고, 우체국이 공탁금을 수령하지 않은 점도 고려했습니다.
한세영 법무법인 한앤율 변호사는 “약관에 해지 조항이 없더라도 부당한 보험금 청구로 신뢰관계가 무너졌다면 보험사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며 “이번 판결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