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한때 시장을 주도했던 독일과 일본 업체들은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 과정에서 부침을 겪으며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IT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 산업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건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다. 그 뒤를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과 전동화 기술,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발판 삼아 바짝 뒤쫓는 모양새다.

국내 완성차업계도 제조 부문의 강점을 바탕으로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워낙 거센 탓에 현재의 시장 점유율을 지켜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유신의 ‘딥 머니 토크’에서는 ‘스마트카 패권 전쟁’의 저자 박정규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초빙교수를 만나 자동차 산업의 현 주소와 앞으로 펼쳐질 스마트카 패권 전쟁의 최종 승자가 되기 위한 조건을 들어봤다.

-저서에서 자동차 업계의 거대한 변화로 ‘전기차’와 ‘SDV/AI’를 다룬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자동차라는 제품이 ‘층위(Layer)’를 갖기 시작했다는걸 우선 인지해야 한다. 스마트폰으로 쉽게 설명하면 기기인 하드웨어(Layer 1)와 안드로이드와 같은 운영체제(Layer 2), 그리고 이 운영체제에서 구동되는 애플리케이션(Layer 3)으로 층위가 나뉜다. 자동차도 유사하게 자동차가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하드웨어(Layer 1)와 OS(Layer 2), 그리고 이 운영체제(OS)를 바탕으로 자율주행 등을 가능하게 하는 소프트웨어(Layer 3) 등으로 층위를 갖는 제품이 나오고 있다. 즉 소프트웨어로 관리하는 자동차 SDV(Software Defined Vehicle)가 등장한 것이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변화를 ‘연료’ 측면에서 얘기하는 건 하드웨어 측면에서만 논의하는 것이다. 물론 전기차로의 전환이 친환경을 위한 측면이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자동차가 운영체제를 탑재하고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기 위해서는 전기차가 더 유리할 수 있기 때문에 ‘전기차’가 각광받는 것이다. 레이어를 한층 더 올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전력을 소모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두 가지 방식의 접근법이 있다. 전통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나 현대차 등은 기존 하드웨어(Layer 1) 위에 OS와 소프트웨어를 장착해가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반면 소프트웨어와 OS를 갖춘 상태에서 하드웨어 분야로 내려가는 기업도 있다. 중국의 샤오미가 대표적이다.

현재까지는 창업자나 CEO가 IT(정보기술) 배경을 가진 기업이 앞서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의 경우 일론 머스크 CEO는 온라인 금융회사인 페이팔을 창업한 경험을 바탕으로 테슬라를 일궜다. 중국에서는 샤오미의 행보가 두드러진다. 전통적 시각에서는 무슨 스마트폰 만드는 회사가 자동차를 만드냐고 의구심을 보내기도 한다. 그런데 샤오미는 그걸 해낸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스마트카 패권 경쟁’은 어떻게 전개되고 있나.

크게 미국은 테슬라, 중국은 IT 기반 기업들이 선두에 서서 생태계를 장악해 나가고 있다. 이들의 핵심 경쟁력은 ‘수직 계열화’다. 자율주행과 OS를 제대로 구동하려면 막대한 연산량이 필요하다. 이를 처리하기 위해 자체 차량용 반도체 칩 설계부터 OS, 소프트웨어까지 수직으로 묶어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테슬라의 방식을 거의 그대로 따라가며 추격하고 있다. 테슬라도 미국 시장에서는 독보적이지만, 강력한 토종 경쟁자들과 제조 인프라가 받쳐주는 중국 시장에서는 쉽지 않은 경쟁을 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위기감을 느낀 혼다와 닛산 등이 OS를 공동 개발하며 대응에 나선 상태다.

한국은 하드웨어 제조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하이브리드 분야에서 도요타와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수성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지상(하드웨어)’의 시장 점유율을 뺏기지 않으면서, 그 위에 ‘OS와 소프트웨어’라는 레이어를 하나씩 쌓아 올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