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금융위기…2008년 사례
작은 부실을 거대한 위험으로
AI 버블 터지나? 부채 위험 관리가 관건
[블록미디어 이정화 기자] 신용부도 위험에 대한 베팅이 금융시장에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예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당시 미국 금융기관들은 신용도가 낮은 차입자에게 제공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을 대규모로 취급했다.
개별 주택담보대출은 규모가 작았지만 금융기관들은 수천 건의 대출을 묶어 주택저당증권(MBS)을 만들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복잡한 금융상품이 등장했다. 금융기관들은 모기지 관련 증권을 다시 묶어 부채담보부증권(CDO)을 만들고, 투자자가 손실을 부담하는 순서에 따라 여러 등급으로 나눴다. 위험도가 높은 대출이 포함돼 있더라도 손실을 먼저 부담하는 하위 등급을 설정하면 상위 등급에는 높은 신용등급이 부여될 수 있었다.
위험에 위험을 더하면?
여기에 신용부도스왑(CDS)이 결합하면서 위험은 더욱 복잡해졌다. 투자자들은 모기지 관련 채권의 부도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CDS를 매입했다. 반대로 보험회사와 금융기관들은 CDS를 매도하고 프리미엄을 받았다.
문제는 실제 채권을 보유하지 않은 투자자들도 CDS를 통해 모기지 채권의 부실에 베팅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합성 CDO와 같은 상품은 CDS를 활용해 기존 모기지 채권의 신용위험을 추가로 복제했다. 기초자산인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지 않더라도 동일한 신용위험을 바탕으로 더 많은 금융계약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미국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서브프라임 대출의 연체와 부도가 급증하자 관련 증권의 가치가 폭락했다. CDS를 매도했던 금융기관들은 막대한 손실과 추가 담보 납입 요구에 직면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보험회사 AIG다. AIG는 대규모 신용파생상품에 대한 보장을 제공했지만 모기지 시장이 악화되면서 계약 가치가 급변했고, 추가 담보를 제공해야 하는 압박이 커졌다. 이 같은 부담과 다른 투자 손실이 겹치면서 AIG는 유동성 위기에 빠졌고 결국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구제금융을 받지 못한 리만브라더스는 파산했다. 리만은 당시 CDO, CDS를 취급한 월가 최대 투자은행이었다.
금융위기의 원인은 CDS 하나만이 아니었다. 부실 대출, 과도한 레버리지, 부정확한 신용평가, 복잡한 증권화 구조, 금융기관 간 상호 연결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CDS와 합성 신용상품이 금융기관 사이의 위험 노출을 확대하고 손실 전파 경로를 복잡하게 만든 것은 분명하다.
투자자 조지 소로스는 금융위기 이후 CDS를 파괴적인 금융상품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AI 부채 4500억달러…2008년과 닮은 점과 다른 점
최근 AI 산업에서도 대규모 차입을 기반으로 한 투자 확대가 진행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6년 들어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발행된 AI 관련 부채는 4500억달러를 넘어섰다.
알파벳,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기술기업들은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인프라 구축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높은 신용등급과 상당한 현금창출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투자 규모가 전례 없이 커지면서 일부 기업에서는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금융기관들도 AI 관련 기업에 대한 대출과 채권 인수를 늘리면서 신용위험을 관리할 필요성이 커졌다. 은행은 CDS를 매입해 특정 기업에 대한 신용위험 노출을 줄이고, 헤지펀드는 CDS를 매도해 프리미엄 수익을 추구한다.
국제스와프파생상품협회(ISDA)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CDS 거래 규모는 41조8000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거래 규모를 집계한 수치로 실제 미상환 위험액이나 예상 손실액과 동일하지 않다. AI 관련 CDS 거래가 활발해진다는 것은 신용위험을 이전하려는 수요와 이를 인수하려는 투자자가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 AI 금융시장을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와 동일시하기는 어렵다. 2008년에는 상환 능력이 취약한 가계의 주택담보대출과 복잡한 증권화 상품이 위기의 중심에 있었다.
반면 현재 AI 관련 차입의 상당 부분은 높은 신용등급과 현금창출 능력을 보유한 대형 기술기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또한 CDS 거래 자체가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2008년과 같은 합성 CDO 구조가 AI 시장에 광범위하게 형성됐다고 판단할 근거는 없다.
현재 확인되는 위험은 AI 설비투자의 경제성과 과도한 차입, 금리 상승에 따른 자금조달 부담에 더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그럼에도 두 시기에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미래 자산가치가 계속 상승하고 투자 수요가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를 바탕으로 대규모 차입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2008년에는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믿음이 무너졌다. 현재 AI 시장에서는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반도체 투자가 충분한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지가 핵심 변수다.
코어위브가 보내는 경고… “위기는 채권시장에서”
CDS는 기업의 부실을 직접 일으키는 상품은 아니다. 그러나 신용위험이 높아지는 상황을 시장가격으로 보여주고, 금융기관 간 위험을 이전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CDS 매도자가 충분한 담보나 자본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규모 신용위험을 인수했다면 기업의 부도 충격이 거래 상대방으로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
코어위브의 CDS 프리미엄 급등을 단순한 투기적 가격 변동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물론 CDS 프리미엄이 급등했다고 해서 이것이 곧바로 금융위기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신용위험에 대한 경고가 실제 채무불이행이나 금융기관의 연쇄 손실로 이어질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시장이 앞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코어위브의 부채 만기와 차환 능력, AI 데이터센터의 현금창출력, CDS 매도자의 위험 부담 규모, 금융기관 간 신용위험의 집중도다.
AI 기술이 장기적으로 성장하더라도 모든 인프라 투자자가 자금조달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는 자산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믿음과 이를 뒷받침하는 금융 구조의 안전성이 서로 다른 문제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코어위브의 CDS 프리미엄 급등 역시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AI의 미래가 밝다고 해서 그 미래에 투자하기 위해 쌓아 올린 부채까지 100% 안전한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