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 패권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AI 모델 성능을 둘러싼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한편, 국가 단위에서도 AI 패권을 놓치지 않기 위한 소리 없는 전쟁이 매일 펼쳐지고 있다.
모두가 ‘AI’를 외치는 시대에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요인은 무엇일까. AI와 관련한 자본과 인재를 빨아들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한국과 같은 중견국은 어떻게 생존해야 할까.
이관후 아메리칸대 코고드 경영대학원 교수가 최근 펴낸 저서 ‘초번영’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실용적인 접근법을 제시하는 저서다. 이 교수는 저서에서 인재, 리더십, 연구개발, 투자, 벤처 생태계, 인프라, 규범과 거버넌스, 글로벌 협력이라는 8개 기둥으로 구성된 ‘THRIVING’ 프레임워크를 통해 세계 주요국의 AI 경쟁력을 평가할 수 있는 실용적 방법을 제시한다.
김유신의 ‘딥 머니 토크’에서는 이 교수를 화상으로 인터뷰하며 THRIVING 프레임워크의 구체적인 내용과, 앞으로 AI 시대에 주목해야 할 국가와 기업은 어디인지 얘기를 나눴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기흥에 있는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에서 1993년부터 1998년까지 5년여를 근무했다. 당시 메모리 반도체는 일본이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일본 기업을 추격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기울이고 있었다. 실제로 R&D부서에서는 캘린더에 ‘우리는 378일 뒤처져 있다’는 문구를 적어놓고 주말에 하루 일할 때마다 이 격차를 하나씩 좁혀가는 식으로 일하기도 했다.
물론 기업에서 일할 때 보람도 많이 있었지만, 정보기술(IT)과 산업의 연관 관계에 대해 더 광범위하게 이해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유학길에 오르게 됐다.
AI 서치의 ‘필터 버블’(알고리즘이 사용자의 관심사와 성향을 분석해 맞춤형 정보만 보여주면서 이용자가 편향된 정보에 갇히게 되는 현상) 효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미국의 언론 워싱턴포스트(WP)가 자사 사이트에 AI 검색 기능을 도입한 뒤 이용자들이 이를 이용해 뉴스를 볼 때 ‘필터 버블’ 현상이 강화되는지 혹은 약화되는지에 대한 분석이다.
-저서 ‘초번영’에서 제시한 THRIVING 프레임워크 개념에 대해 설명해달라.
AI 경쟁이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간 경쟁까지 확장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AI 경쟁력을 어떻게 분석하고, 평가할지 실용적인 접근법을 고민해 도출한 것이 ‘THRIVING’ 프레임워크다. 8개의 기둥, 역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T(Talent ·인재), H(High-level Leadership·최고위 리더십), R(R&D·연구개발), I(Investment·투자), V(Venture Ecosystem·벤처 생태계), I(Infrastructure·기반시설), N(Norms & Governance·규범과 거버넌스), G(Global Collaboration·글로벌 협력)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THRIVING의 각 요소들은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예를 들어 투자는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되고, 또 인프라가 잘 형성돼 있으면 연구개발 환경이 개선되고, 인재를 모으는 데 유리해진다. 또 좋은 인재가 모이면 다시 투자가 활성화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이처럼 AI 발전에 있어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 국가는 8개의 기둥이 서로를 강화시키며 추진력을 얻게 되어 국가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것이 핵심이다. 반면 8개의 기둥 중 하나라도 부재하면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 상당한 손해를 보게 된다.
-AI 경쟁에서 미국과 중국으로의 자본 쏠림과 인재 유입 등을 고려하면 한국과 같은 미들파워(Middle power) 국가들이 AI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상당히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중견국이 AI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AI 패권 경쟁의 선두 국가가 미국과 중국이라는 건 이론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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