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주주 환원과 사회공헌 확대를 주문했다. 증권사들이 올 상반기 역대급 당기순이익을 거두는 동안 상당수 개인투자자들은 손실을 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상생’에 나서 달라는 취지다.
이 원장은 29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23개 증권사 CEO들과 간담회를 열고 “증권사는 계속 이익을 누리는데 정작 존립 기반인 투자자의 상당수는 손실만 본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라며 “업계와 투자자가 함께 성장할 길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 37곳의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8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에 육박했다. 반면 코스피가 연초 대비 60% 넘게 올랐지만 상승세가 소수 대형주에 집중되고 시장 변동성도 커졌다는 게 금감원의 평가다.
이 원장은 “투자자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증권산업은 미래를 장담하지 못할 것”이라며 증권사들이 기업가치 제고의 모범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 노력이 일부 있었지만 여전히 시장의 눈높이에는 부족한 것 같다”며 “일반 기업에 배당 등 주주 환원의 기준점을 제시해 달라”고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 상장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현금배당성향은 미래에셋증권 11.1%, 키움증권 27.1%, 삼성증권 35.5%, NH투자증권 47.3%, 대신증권 51.0%였다.
지난해 국내 증권사의 사회공헌활동 사업비는 잠정 500억원으로, 국내 은행의 2조2000억원에 크게 못 미쳤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증권업계의 성과는 투자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커진 규모와 역할만큼 기여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상 설명의무를 넘어 투자자가 손실 가능성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투자자 교육에도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급증한 신용융자 관리도 주문했다. 신용융자 잔액은 2024년 말 15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27조3000억원, 올해 6월 말 37조3000억원까지 늘어난 뒤 8월 말 33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원장은 특정 종목에 신용융자가 집중되면서 시장 쏠림과 변동성 확대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며 업계의 종목별 신용융자 제한 등 자율결의가 현장에서 준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리 상승기에 대비한 유동성 관리도 당부했다. 단기자금 의존도가 높은 증권사에는 자금 미스매치에 유의하고, 내년에 시행되는 신(新)조정유동성비율 제도에 차질 없이 대비해 달라고 요청했다.
허위·과장 광고와 숨은 비용 전가 등 투자자 권익을 침해하는 영업 행태에 대해서도 감독·검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CEO의 관심과 자원 배분 정도에 따라 투자자 보호 수준에 현격한 차이가 있음을 실감했다”며 “투자자의 신뢰를 훼손하는 행태를 철저하게 따져 묻고 근본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