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한국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하면 향후 10년간 국내총생산(GDP)이 8조8000억원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조업 분야 파생 효과는 6조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데 반해 농림어업 생산은 8500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가 올해 8월 초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하반기 CPTPP 가입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28일 산업통상부는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CPTPP 가입 관련 경제적 영향 분석 잠정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통상조약의 체결 절차·이행에 관한 법률’에 따라 통상 협상 개시 이전에 실질GDP 증가율, 소비자 후생, 산업별 영향 등 통상조약 체결의 경제적 타당성을 검토해야 하는데 그에 따른 결과를 선제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CPTPP 발효 10년 뒤 한국의 실질GDP는 협정에 가입하지 않았을 때보다 누적 0.38%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액수로는 8조8000억원가량의 추가적인 경제적 가치가 기대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관세 CPTPP에 가입함으로써 나타날 변화와 그에 따른 영향을 분석한 결과다. 아울러 가입국 내 공급망에 참여하면서 생기는 기회 등도 감안했다.

특히 제조업 기반의 생산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평가됐다. 산업연구원은 CPTPP 가입 시 제조업과 그 전후방 연관 산업에서 추가로 유발되는 경제적 가치가 6조3000억원에서 6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봤다.

농업과 임업, 수산업에서는 생산이 줄어들 것으로 추계됐다. 협정 발효 후 15년간 농업 생산은 최대 연평균 7100억원, 임업 생산은 606억원, 수산업 생산은 817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2024년 기준 농업 생산액이 60조8000억원임을 고려하면 매년 1.1%가량 줄어드는 셈이다. 다만 이는 생산 감소 측면만 감안한 결과로, 관세 인하에 따른 농수산물 수출 증가 요인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러한 결과는 일정한 가정에 따라 경제분석 모형으로 추정한 잠정 전망치”라며 “실제 영향은 향후 가입 협상이 추진되면 협의 결과에 따른 품목별 개방 수준과 국내외 시장 여건 등으로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2018년 발효된 CPTPP는 일본·영국·캐나다·호주·멕시코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대형 자유무역협정(FTA)이다. 회원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GDP의 약 14%, 교역액은 약 18%를 차지한다.

정부는 한국이 가입하면 아직 양자 FTA를 맺지 않은 멕시코 시장에 접근하기 쉬워지고 K소비재 수출과 회원국 간 공급망 참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미·중 갈등 속에서 자유무역 시장을 넓힌다는 의미도 있다. 최근 통상 환경이 격변하면서 가입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이유다.

이 같은 이유로 정부는 2010년부터 가입을 검토했고 2022년에는 실제 가입을 추진했으나 이해관계자들의 반발로 국회 보고 단계에서 중단됐다. 농수산물 시장 개방에 따른 피해 우려와 농어업계 반발이 걸림돌이었다.

2018년 협정 발효 이후 한국이 가입을 미루는 사이 영국은 2024년 12번째 회원국이 됐다.

중국·인도네시아·필리핀 등도 가입을 신청했다. 신규 가입에는 기존 회원국의 합의가 필요한 만큼 회원국이 늘수록 한국이 협의해야 할 상대국도 많아진다.

이 때문에 가입 신청을 서둘러 협상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중국이 먼저 가입하면 한국이 불리한 무역 조건을 더 많이 수용해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정부 안팎에서 제기된다.

산업부는 “향후 설명회나 간담회 등 다양한 소통 계기를 마련해 분석 결과와 CPTPP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