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인공지능(AI) 확산의 수혜를 입으며, 올해 3분기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재차 경신했다. 삼성전기는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MLCC(적층세라믹콘덴서)와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기판으로 주목받는 FC-BGA(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를 동시에 생산하며, 이 둘을 합친 제품도 공급하고 있다.
28일 삼성전기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3조7633억원, 영업이익 691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전 분기 대비 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65%, 전 분기 대비 57%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다.
부문별로 보면, 삼성전기 매출의 절반 내외를 차지하는 컴포넌트 사업 매출은 올 3분기 1조883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6%, 전 분기 대비 14% 증가한 수치다. 서버·네트워크 등 AI 데이터센터용을 비롯해 모든 응용처에서 판매량이 늘었다. 삼성전기는 올해 4분기도 마찬가지로 전 응용처에서 MLCC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컴포넌트 사업부가 만드는 MLCC는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전자기기에 반드시 필요해 ‘전자산업의 쌀’로 불린다.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내주며 안정성을 높이는 댐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특히 AI 서버는 일반 서버나 전자제품보다 전력 소비량이 많아, MLCC도 일반 서버 대비 10배 이상 많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MLCC의 중장기 사업 전망도 매우 좋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AI 서버 성능이 높아지면서 GPU 등에 필요한 MLCC 용량이 매년 두 배씩 증가하고 있다. 연산량이 늘어나는 가운데 다이 크기는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안으로 다이 수를 늘려 패키징하고 있고, 그만큼 전력 소비는 커진다. 삼성전기는 이 현상을 ‘AI MLCC 법칙’으로 명명한다.
삼성전기는 컨퍼런스 콜에서 “데이터센터용 MLCC의 경우 AI GPU 다이 개수가 2026년 2개, 2027년 4개, 2028년 8개로 두 배씩 늘어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전력 소비도 비례해 증가하면서, MLCC 용량도 매년 두 배씩 성장하고 있으며 당사는 이를 AI MLCC 법칙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전기는 기술 난도가 높은 초고용량·초고압 AI용 MLCC에서 일본 무라타 등과 함께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에 삼성전기는 MLCC에서도 약 50곳 기업과 장기공급계약(LTA)을 체결 및 논의하며 수익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삼성전기는 “MLCC 사업은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1005-47 마이크로패럿(㎌)·1608-100㎌ 등을 중심으로 주요 고객사와 LTA를 체결하고 있다”며 “내년 MLCC 매출 과반 이상이 LTA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전기 패키지 솔루션 사업 부문 매출은 올 3분기 939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58%, 전 분기 대비 22% 증가했다. 이 사업부에는 첨단 기판인 FC-BGA와 BGA 등의 생산 실적이 포함된다. 삼성전기는 올해 4분기 FC-BGA는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BGA는 계절 요인 등으로 3분기 수준으로 견조할 것으로 전망했다.
FC-BGA는 선(와이어) 대신 공 모양의 작은 금속 돌기(범프)를 이용해 반도체 칩을 뒤집어 붙이는 기판이다. 바닥 전체를 데이터가 오가는 통로로 쓸 수 있어 속도가 빠르다. 이에 연산량이 많은 AI용 또는 자율주행용 기판으로 주목받고 있다.
MLCC와 마찬가지로 FC-BGA 수요도 구조적으로 늘고 있다. 다이 크기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다이 여러 개를 패키지로 묶다 보니 기판의 크기는 커지고, 기판을 쌓는 층수도 함께 늘고 있다. BGA는 저전력·저연산으로도 괜찮은 스마트폰이나 데이터센터용 SSD 컨트롤러 등에 주로 쓰인다. 이 부문 수요는 견조하게 늘고 있다.
특히 삼성전기는 MLCC와 FC-BGA를 동시에 공급하고 있다. 나아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 둘을 합친 내장(임베딩) 기판을 글로벌 빅테크 등에 납품 중이다. 임베딩 기판은 전력 공급 경로가 더 짧아져 전력 효율과 안정성이 동시에 제고된다.
삼성전기는 “첨단 패키징 트렌드 확대로 FC-BGA의 대면적화·고다층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기존 하이엔드 기판뿐만 아니라 전체 제품군에서 공급 부족이 심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사는 수동 부품과 이를 임베딩한 기판을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글로벌 유일 업체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임베딩 기판 공급량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FC-BGA의 중장기적 전망도 매우 밝다는 점을 고려, 패키지 기판 공장을 공격적으로 증설하고 있다. 국내 세종시와 베트남에 총 6조7800억원을 투자한다. 세종 증설분은 엔비디아 전용, 베트남은 빅테크용 라인으로 파악된다. 증설 라인은 오는 2027년부터 단계적 가동에 들어간다.
광학솔루션 사업 부문 매출은 올 3분기 941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 늘었고, 전 분기 대비 9% 감소했다. 이 사업부는 이미지 센서·렌즈·카메라 액추에이터 등을 하나로 묶은 카메라 모듈을 삼성전자 등에 공급한다. 폴더블폰향 공급은 확대됐으나, 칩플레이션 등으로 해외 스마트폰향 공급은 감소해 매출이 감소했다. 중장기적으로는 피지컬 AI의 수혜가 예상된다.
삼성전기는 “3분기부터 글로벌 거래선 향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용 모듈 양산을 개시했고, 차기 모델의 센싱 정밀도 향상 등을 위한 신규 과제도 개발 중”이라며 “다수의 글로벌 탑티어 업체들과 렌즈, 액추에이터 부품을 통한 차별화 기술과 복합 센싱 모듈 등 차세대 제품 개발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