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내년 실적을 놓고 증권가 전망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올해 영업이익 예상치는 360조원 안팎으로 비교적 비슷하지만 2027년에는 증권사별 전망 차이가 최대 244조원까지 벌어지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확대가 범용 D램 공급 부족을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과 높아진 가격에 따른 수요 둔화와 업체들의 증설 경쟁으로 메모리 업황이 정점을 지날 것이란 시각이 맞서는 모습이다.

23일 유안타 증권은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을 358조4850억원, 키움증권은 364조9900억원으로 예상했다. 앞서 지난 14일 BNK투자증권도 373조9960억원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2027년부터는 전망치가 크게 엇갈렸다. 키움증권은 346조4060억원, BNK투자증권은 389조5060억원을 예상한 반면 유안타증권은 590조4920억원을 제시했다. 최고와 최저 전망치의 차이는 244조860억원에 달했다.

2028년에도 유안타증권은 643조3010억원을 예상했지만 키움증권과 BNK투자증권은 각각 317조850억원, 254조1680억원으로 내다봤다.

낙관론의 핵심은 HBM 증설이 역설적으로 범용 D램 공급을 더 빠듯하게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KB증권은 삼성전자 전체 D램 생산능력에서 HBM 비중이 2025년 27%에서 올해 33%, 2027년 40%까지 높아지는 반면, 범용 D램 비중은 같은 기간 73%에서 59%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 D램 생산능력 자체는 늘더라도 HBM 중심으로 설비가 배분되면서 범용 제품의 실질 공급 여력은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공급 부족을 보여주는 지표도 이어지고 있다. KB증권은 9월 현재 서버용 고용량 DDR5의 주문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기간이 최대 52주로 정상적인 시장 수준인 6주의 8배를 넘고, 삼성전자 D램 재고도 10일 미만으로 역사적 저점 수준까지 낮아진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3·4분기 범용 D램 가격이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KB증권은 또 AI 투자 축이 GPU에서 CPU와 메모리로 확장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AI 에이전트 확산으로 HBM뿐 아니라 DDR5와 기업용 SSD(eSSD)까지 메모리 사용량이 구조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안타증권도 HBM이 범용 D램 생산능력을 잠식하는 가운데 인공지능(AI) 추론 확산으로 고용량 메모리 수요가 늘면서 2027~2028년에도 타이트한 수급이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올해 358조원 수준인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내년 590조원, 2028년 643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목표주가도 53만원에서 63만원으로 19% 상향했다.

반대편에서는 높아진 메모리 가격이 오히려 수요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BNK투자증권은 시스템 내 메모리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IT 제품에 이어 서버에서도 수요탄력이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생산업체들이 장기 수요를 낙관해 증설에 나서면서 향후 수급이 악화될 수 있다고 봤다.

BNK의 D램 가격 전망에는 이 같은 시각이 그대로 반영됐다. 삼성전자 D램 평균판매가격을 2027년 1분기 전분기 대비 1% 하락한 뒤 2분기 -8%, 3분기 -15%, 4분기 -30%로 낙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연간 영업이익은 389조5060억원으로 올해보다 소폭 증가하지만 분기별로는 1분기 113조5840억원에서 4분기 64조7730억원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2028년 영업이익도 254조1680억원으로 전년 대비 34.7% 감소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BNK는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30만원에서 27만원으로 낮추고 투자의견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했다. 키움증권도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폭의 둔화를 예상하면서 삼성전자의 2027년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목표주가는 35만원과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