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이 이끌던 미국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가 일본 5대 종합상사 지분을 추가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버핏에 이어 버크셔를 책임지고 있는 그레그 아벨 최고경영자(CEO)가 일본을 찾아 5대 상사 경영진을 잇달아 만난 가운데 장기 투자 기조를 재확인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7일(현지시간) 일본무역회 회장이자 이토추상사 회장인 오카후지 마사히로의 발언을 인용해 버크셔가 일본 5대 상사에 대한 지분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카후지 회장은 이달 초 아벨 CEO와 만난 사실을 공개하며 “버크셔가 일본 상사 지분을 장기적으로 보유할 생각이며 나아가 지분을 늘릴 생각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버크셔는 현재 미쓰비시상사, 스미토모상사, 미쓰이물산, 마루베니, 이토추상사 등 일본 5대 종합상사 지분을 10% 이상씩 보유하고 있다. 아벨 CEO는 이달 초 일본을 방문해 이들 5개 상사 경영진과 연쇄 회동했다.
버크셔가 일본 상사에 투자한 지분 가치는 지난해 말 기준 약 353억7000만달러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쓰비시상사 지분이 10.8%로 가장 많았으며 평가액은 약 92억1000만달러였다. 버크셔는 지난해 5개 상사로부터 배당금으로 약 8억6200만달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벨 CEO는 앞서 CNBC와의 인터뷰에서도 일본 5대 상사에 대한 투자를 수십 년간 보유할 수 있는 장기 투자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사들의 기초이익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배당과 자사주 매입 역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버크셔의 지분율이 10%를 넘어선 데에는 추가 주식 매입뿐 아니라 일본 상사들의 자사주 매입도 영향을 미쳤다. 상사들이 자사주를 매입해 발행주식 수가 감소하면서 버크셔의 지분율이 높아진 측면도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토추의 경우 버크셔는 올해 2월 말 기준 의결권 지분을 10.07%까지 끌어올렸다. 버크셔는 지난해 3월 9.54%였던 이토추 지분을 추가 매입해 10%를 넘어섰다.
버크셔가 일본 상사에 처음 투자한 것은 2019년이다. 버핏 당시 회장은 일본을 방문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쓰비시상사·미쓰이물산·스미토모상사·마루베니·이토추 등 5개사의 지분을 각각 5%가량 사들였다고 발표했다. 이후 지분을 꾸준히 늘리면서 현재는 5개사 모두에서 10%를 웃도는 대주주가 됐다.
버크셔는 일본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엔화 표시 채권도 정기적으로 발행하고 있다. 일본 현지에서 엔화 자금을 조달해 일본 기업 투자에 활용하는 구조를 구축한 셈이다.
오카후지 회장은 버크셔가 일본 상사에 매력을 느끼는 배경으로 이들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자본 배분 능력을 꼽았다. 그는 일본 상사들이 오랜 기간 구축한 사업망과 투자 역량이 높은 진입장벽을 형성하고 있다며 버크셔가 이 같은 강력한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에 만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버크셔의 지분 확대가 양사 관계에 새로운 과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오카후지 회장은 “버크셔는 투자자인 동시에 주주”라며 “더 큰 사업 기회를 추구할 경우 잠재적인 이해 충돌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버크셔는 일본 상사 외에도 일본 기업과의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올해 들어 도쿄해상홀딩스 지분을 취득한 데 이어 아벨 CEO가 일본 방문 기간 도쿄해상홀딩스 경영진과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