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에서 반도체 지수가 7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은 가운데 미 증시에 상장한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서학개미)들이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특히 국내 투자자들이 대거 사들인 미국 반도체 3배 레버리지 ETF인 SOXL의 경우 하루 만에 40% 가까이 폭락하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나스닥100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TQQQ도 20% 가까이 떨어졌다. 기술주 조정에 레버리지 ETF를 통한 반등 베팅이 손실로 이어지면서 고위험 상품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미국에 상장된 반도체 설계·제조·장비·유통 기업 30개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전장보다 12.2% 내린 9011.14에 마감했다.
하루 낙폭으로는 2020년 3월 16일(15.9%) 이후 가장 컸다. 약 6년 7개월 만의 최대 낙폭이다. 종가 기준으로는 4월 10일 이후 약 7개월 만의 최저치다.
이런 가운데 미국 증시에서 SOXL은 지난 5일(현지시간) 전 거래일보다 38.71% 하락한 40.8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거래량은 5억4912만주로 전날 2억4703만주보다 122.3% 늘었다. 가격이 급락하는 가운데 거래량까지 급증하면서 투자자들의 매매가 크게 쏠린 모습이다. 다만 6일에는 12% 넘게 반등에 성공했다.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TQQQ도 같은 날 18.92% 하락한 50.47달러로 마감했다. 거래량은 2억3069만주로 전날 1억1297만주보다 104.2% 증가했다. 반도체 업종에 집중 투자하는 SOXL뿐 아니라 기술주 전반에 투자하는 TQQQ에서도 대규모 거래가 발생한 것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레버리지 ETF 선호는 앞선 매수 흐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국내 투자자의 SOXL 순매수 규모는 29억6785만달러로 전체 해외 주식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순매수 2위 종목인 스페이스X의 같은 기간 순매수 규모가 4억6807만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6배를 웃도는 액수다. 같은 기간 TQQQ의 순매수 규모는 2억2114만달러로 국내 투자자 순매수 6위를 차지했다.
SOXL과 TQQQ는 각각 반도체 지수와 나스닥100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기초지수가 하루 1% 오르면 약 3% 수익을, 1% 내리면 약 3% 손실을 내는 구조다. 다만 이는 하루 수익률을 기준으로 한 목표치로, 여러 날 보유했을 때 누적 수익률이 기초지수 수익률의 정확히 3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매일 목표 배율을 맞추도록 자산을 재조정하기 때문에 시장이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복리 효과가 발생한다. 특히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기초지수가 일정 기간 제자리로 돌아오더라도 레버리지 ETF의 손실이 누적될 수 있다. 하락장에서 손실 폭이 커지는 것은 물론, 반등하더라도 이전 가격을 회복하기 위해 더 큰 상승률이 필요한 이유다.
미국 반도체주의 급락 배경에는 AI 산업을 둘러싼 정책 불확실성과 기술주 전반의 차익실현 압력이 자리 잡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5일(현지시간) 미국 중간선거 이후 민주당의 의회 장악으로 데이터센터 건설과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업황의 중장기 성장 기대와 단기 주가 변동성은 별개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반도체 수요가 장기적으로 성장하더라도 단기적인 정책 변화와 투자심리 악화로 주가가 급격히 조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레버리지 ETF는 이러한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만큼 기초자산의 방향뿐 아니라 보유 기간과 손실 감내 수준까지 고려한 투자 판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