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2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1년 전에 비해 26.4%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979년 3분기 이후 46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폭이다. 실질 GDP도 반도체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전 분기 대비 0.6% 성장하며 견조한 흐름을 이어 갔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2분기 국민소득잠정통계’에 따르면 2분기 명목 GDP는 834조9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9.2%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6.4% 상승해 1979년 3분기(27.7%) 이후 가장 높았다. 명목 GDP는 생산량과 가격 변화를 함께 반영한 지표로, 한 나라 경제의 전체 규모를 보여준다.
명목 GDP가 급증한 배경에는 반도체값 상승이 크게 한몫했다. 가격 주도 성장이다.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값인 GDP 디플레이터는 전년 동기 대비 21.9% 상승해 1980년 4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명목 GDP는 민간 소비, 기업 투자, 정부 지출을 모두 합산한 뒤 순수출(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값)을 더해 계산한다. 수출 물가가 치솟으면 수출액의 명목 가치가 커진다. 실제로 반도체 등 수출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수출 디플레이터가 56.6% 급등하면서 수입 디플레이터 상승률 21.0%를 크게 웃돌았다.
실질 GDP는 전 분기 대비 0.6% 성장했다. 지난 7월 23일 발표한 속보치와 같은 수준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7% 성장하며 견조한 흐름을 이어 갔다.
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0.1%에서 올해 1분기 1.8%로 급반등한 뒤 2분기에도 양호한 흐름을 이어 갔다. 이에 따라 하반기 분기 성장률이 평균 0.2~0.3%만 유지돼도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인 3.3% 달성이 가능해졌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부문별 기여도를 보면 순수출은 수출 증가폭이 수입을 웃돌면서 성장률을 0.3%포인트 끌어올렸다. 수출은 반도체, 기계 및 장비를 중심으로 1.3% 늘었고, 수입은 자동차와 기계·장비 등을 중심으로 0.7% 증가했다. 내수 기여도는 0.3%포인트였다. 민간소비와 지식재산생산물투자가 각각 0.2%포인트씩 기여했지만 정부소비와 건설투자, 설비투자는 성장률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김화용 한은 국민소득부장은 “반도체 제조업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났으며 화학제품, 운송장비 제조업, 서비스업의 도소매 등 반도체 외 업종 실적 개선 흐름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국민 전체 실질 구매력을 보여주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2분기에 전 분기 대비 3.1%, 전년 동기 대비 15.6%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1988년 4분기(15.7%) 이후 37년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교역 조건 개선으로 실질무역이익이 38조7000억원에서 58조5000억원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명목 GNI는 전 분기 대비 8.8%, 전년 동기 대비 26.4% 증가했다. 상반기 전체로는 1년 전보다 21.8% 급증했다.
한은은 명목 소득 증가와 환율 안정세가 이어지면 올해 1인당 GNI가 4만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2014년 1인당 GNI가 3만달러를 돌파한 이후 지금껏 3만달러의 벽에 막혀 있어 주목된다.
한은은 기업 실적이 반도체 외 업종에서도 개선되고 있는 만큼 하반기부터 배당과 세수 증가 등을 통해 가계와 정부로 온기가 전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 부장은 “명목 GNI 증가율이 현재 수준을 유지하고 환율 안정세가 유지될 경우 올해 1인당 GNI는 4만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고 밝혔다. 정확한 1인당 GNI 통계는 내년 3월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