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중동발 유가 상승 충격을 뚫고 7000선 위로 올라섰다. 지난 7월 23일 이후 종가 기준 33거래일 만에 7000선에 복귀한 것이다. 2차전지와 조선, 전력기기까지 다양한 업종으로 매수세가 고루 나타나며 지수를 떠받쳤다.
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4% 오른 7051.64에 마감했다. 반도체가 지수의 중심을 잡는 가운데 업종별 호재에 따라 순환매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날 주가 상승세가 가장 두드러졌던 업종은 2차전지다. 미국 정부가 포드에 중국 배터리 기업인 CATL 등과 협력 관계를 끊으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하면서 한국 배터리 업체가 미국 공급망 재편의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숀 더피 미국 교통부 장관은 포드의 중국 배터리 기술 의존이 국가·경제 안보에 부담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삼성SDI가 8.30% 급등했고 LG에너지솔루션도 6.46% 뛰는 등 셀 업체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확산됐다.
수주 소식은 조선주가 상승하는 데 기반이 됐다. 한화오션이 태국 왕립 해군의 차세대 호위함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져왔다. 호위함 1척과 군수지원 사업으로 제안 금액만 약 6833억원이며 후속 발주까지 이어지면 규모가 최대 4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화오션이 2.32% 오른 가운데 HD현대중공업(4.27%)과 HD한국조선해양(2.74%)도 상승하며 수주 기대가 업종 전반으로 번졌다.
전력기기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라는 기존 성장 논리가 다시 힘을 받았다. LS일렉트릭이 5.49%, HD현대일렉트릭이 3.16% 상승했다. 북미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LS일렉트릭과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은 최근 수주와 실적이 동시에 늘고 있다. 단기 테마가 아니라 실제 수주잔액이 뒷받침된다는 점에서 순환매가 유입될 여지가 크다는 평가다.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시가총액 상위에 포진한 코스닥지수의 반등 탄력은 더욱 컸다. 이날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2.28% 오른 830.37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 3일 790선까지 밀렸던 낙폭을 빠르게 만회했다. 부품·소재에서는 미코가 9.67%, 심텍이 8.87% 올랐고 장비주인 주성엔지니어링과 HPSP도 각각 6.12%, 5.07% 상승했다. 광통신주도 이날 코스닥 상승세를 주도했다. 미국 버라이즌이 코닝과 수십억 달러 규모 광섬유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AI 투자 사이클이 반도체 칩을 넘어 데이터센터 연결망으로 확장될 것이란 기대가 가세한 결과다. 오이솔루션과 라이콤은 각각 13.74%, 14.10% 급등했다.
다만 증시를 둘러싼 대외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에 후티 반군의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공격까지 겹치면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94달러를 넘어섰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동 긴장 고조와 국제유가·미 국채 금리 상승이라는 부담에도 아스트라 효과를 중심으로 AI 투자 모멘텀이 이어지면서 증시 하단을 지지했다”며 “특히 2차전지와 조선, 전력기기처럼 업종별 호재가 맞물리면서 반도체에 집중됐던 매수세가 순환매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이번 7000선 회복의 특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