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에서 관광호텔·병원 등을 제외한 정부의 세제 개편안을 두고 산업계에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편법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공제 혜택이 사라지면 K관광·K의료 경쟁력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을 현행 1205개에서 한국표준산업분류 세세분류 727개로 줄이고, 이를 법률 별표에 직접 열거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개정안에선 병원·약국·마트·버스·택시운송업·주차장업·창고업·관광호텔업 등이 업종 단위로 일괄 제외됐다. 업종 축소와 함께 가업의 정의를 ‘전문기술·경영상 노하우를 보유한 기업’으로 신설하고, 진입·사후관리 요건을 동시에 강화했다.

김 의원은 “정부안은 이미 피상속인 30년 경영, 상속인 사전종사 5년, 사후관리 10년, 심사위원회 개별 심사라는 4중 장치를 두고, 가업의 정의도 ‘전문기술·경영상 노하우 보유 기업’으로 바꿔 기업별 실질을 따지겠다고 한다”며 “그런데 업종 단위로 원천 배제하면 해당 업종 기업은 30년을 경영하고 고용을 유지하며 노하우를 갖췄어도 심사받을 기회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호텔과 병원업이 원천 배제되면서 지역 관광 인프라스트럭처와 필수의료의 승계가 단절될 공산이 커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중구에 위치한 메트로호텔이다. 1963년에 인허가를 받아 우리나라 관광호텔 1호가 된 메트로호텔은 호텔업 영위 기간만 60년이 넘는다.

문제는 현행 공제를 적용하면 상속세가 없지만 호텔업 원천 배제가 적용되면 상속세는 109억원이 매겨지게 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매출(54억9000만원)의 2배 가까운 금액을 상속세로 내야 하는 것이다.

김 의원은 “수십 년간 호텔을 운영해온 장수 기업들이 연 매출의 2배가 되는 상속세가 부과될 경우 상속세를 내기 위해 호텔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지역 관광 인프라 승계에 큰 차질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대구 그랜드관광호텔은 1992년에 인허가를 받아 호텔업을 이어온 기간이 30년 이상이다. 이 호텔의 지난해 매출은 191억1000만원이다. 현재 제도라면 상속세를 물지 않아도 되지만, 업종 배제 시엔 상속세가 243억원에 달한다. 부산 중구에 위치한 코모도호텔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렇게 사업 영위 기간 30년이 넘는 장수 호텔은 전국 109개로, 전체 관광호텔의 8.6%에 해당한다.

현금 창출력에 비해 부동산 평가액이 큰 호텔업의 특성상 상속세 재원은 매각뿐이다. 이는 상속세를 내기 위해 수십 년간 이어온 가업을 팔아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또 개편안은 관광호텔업은 배제하면서 전시·컨벤션 및 행사대행업은 가업상속 공제 대상에 포함했다. 정작 연회나 국제회의 시설을 운영하는 호텔은 가업으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행사를 대행하는 업종은 가업이 되는 아이러니도 발생한다.

김 의원은 “정부가 ‘지역관광 정책협의회’를 출범시키고 외래 관광객 3000만명을 목표로 내건 상황에서 지역에서 수십 년간 운영해온 호텔의 승계를 막는 것은 관광정책과도 정합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업종 일괄 배제의 문제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또 다른 분야는 병원이다. 이 역시 승계가 끊기면 지역 필수의료 인프라와 고용이 위태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6월 말 기준 전국 병원급 의료기관 3361곳 중 1928곳(57.4%)이 개인 개설 병원이다. 지역별 개인 개설 비중은 광주 82.6%, 서울 76.1%, 대구 72.9% 순으로 높다. 정부가 필수의료 거점으로 지정한 ‘포괄 2차 종합병원’의 33.3%, 24시간 진료가 필수인 ‘필수특화 기능 강화 지원사업’ 기관의 48.6%가 개인 개설 병원이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개인병원 종사자는 19만2000명으로 추정된다. 병원급 전체 종사자의 30.5%에 해당한다. 특히 간호조무사는 병원급 전체의 절반가량(45.3%)이 개인병원에서 일한다. 병원 역시 정부는 거액의 부동산 승계가 대부분이라는 논리로 업종 배제를 했다. 그러나 현금 창출력이 높지 않은 개인병원으로선 가업상속공제 배제로 인한 승계 단절은 인프라뿐만 아니라 지역 고용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