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진열대의 가격표는 결국 지구 반대편 날씨의 결과물입니다. 코트디부아르에서 비가 며칠만 많이 쏟아지거나 병충해가 번지면 국내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초콜릿 가격까지 오를 수 있습니다.”

김수철 KVPI(김수철 가치구매연구소)대표는 최근 코코아 가격 급등을 두고 특정 지역의 기상이변이 전 세계 소비자 물가를 흔드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진단했다. 공급망과 기후변화가 맞물리면서 원자재 가격의 급격한 변동이 일시적인 현상을 넘어 일상적으로 관리해야 할 ‘뉴노멀’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28일 뉴욕 코코아 선물 가격은 하루 만에 5.1% 오른 t당 6488달러를 기록했다. 한 달 새 25% 넘게 상승했으며 지난 4월 저점인 2846달러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뛰었다.

코코아 가격은 2024년 말 사상 최고치인 t당 1만2931달러까지 치솟았다가 2026년 초 3000달러대로 급락했다. 지난 4월 2846달러까지 떨어진 뒤 넉 달 만에 다시 6488달러로 반등했다. 3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고점과 저점의 격차가 네 배 넘게 벌어진 것이다.

김 대표는 30년 가까이 원자재 구매 현장에서 일하며 팜유와 원당을 비롯한 각종 원자재 가격 폭등을 겪었다. 그럼에도 최근 코코아 시장의 변동성은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수많은 원자재 가격 급등을 경험했지만 최근 코코아 시장을 보면서 오랜만에 등골이 서늘해졌다”며 “불과 몇 달 만에 가격이 두 배 이상 오르는 시장에서는 기업은 물론 개인 투자자도 기존 방식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코코아 가격이 유독 크게 출렁이는 원인으로는 극심한 생산지 편중이 꼽힌다. 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60% 이상이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에서 나온다. 두 나라의 강수량과 일조량, 병해충 발생 여부에 따라 전 세계 코코아 공급량이 좌우되는 구조다.

최근에는 폭우와 검은꼬투리병 확산으로 두 나라 모두 생산량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코트디부아르의 중기 수확량은 직전 시즌보다 최소 17% 감소할 전망이다. 가나 코코아마케팅컴퍼니(CMC)는 2026~2027시즌 생산량이 직전 시즌 약 76만t에서 47만~62만t으로 최대 38%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김 대표는 “코코아는 생산지가 두 나라에 극단적으로 집중돼 있어 이 지역에 비가 조금만 많이 내리거나 일조량이 부족해도 세계 초콜릿 공급망 전체가 흔들린다”며 “공급 부족이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단발성 이상기후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로 굳어지고 있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급 차질이 장기화하자 주요 생산국은 농가 매입가격을 대폭 인상했다. 코트디부아르는 2025~2026시즌 농가 매입가격을 전년보다 55% 올렸고 가나도 비슷한 수준의 인상에 나섰다.

높아진 가격을 바탕으로 신흥 생산국의 증산도 본격화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에콰도르는 2026~2027시즌 코코아 생산량을 65만t 이상으로 늘려 가나를 제치고 세계 2위 생산국에 오를 전망이다.

김 대표는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기존 생산국의 공급이 늘어나는 데 그치지 않고 산지 지도 자체가 바뀐다”며 “에콰도르를 비롯한 남미 국가의 증산 속도가 앞으로 코코아 가격을 결정할 핵심 변수”라고 말했다.

코코아 가격 급등은 국내외 제과업체의 원가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내 초콜릿 소매가격은 최근 2년 동안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내 업체들도 제품 가격을 올리거나 가격을 유지하는 대신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김 대표는 원자재를 실제 구매하는 기업이라면 가격이 급등하기 전에 산지의 날씨와 병해충 정보를 점검하고 필요 물량 일부를 선물이나 장기계약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격이 40% 오른 뒤 선물을 매수하는 것은 헤지가 아니라 손절에 가깝다”며 “구매 전문가의 가치는 급등이 시작되기 전에 산지 강수량이나 병해충 보고서를 확인하고 일정 물량을 미리 고정하는 데서 나온다”고 말했다.

가격이 이미 오른 뒤에는 헤지 비율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 필요 물량 전부를 시장가격으로 구매하거나 반대로 100%를 고정가격으로 묶는 방식 모두 위험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실무에서는 향후 3~6개월 소요량의 절반가량을 여러 시점에 나눠 매입하고 나머지는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응한다”며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다는 원칙이 원자재 구매에서도 가장 기본적이지만 실제로 지키기는 가장 어렵다”고 설명했다.

원료 배합을 조정하는 방법도 있다. 코코아버터 함량을 낮추고 식물성 유지를 일부 사용하거나 카카오 함량이 낮은 배합으로 제품을 바꾸는 식이다.

그는 “소비자에게는 ‘예전과 맛이 달라졌다’고 느끼는 순간이지만 기업의 구매·연구개발 부서에는 원가와 품질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과정”이라며 “가격 급등이 길어질수록 제품 가격뿐 아니라 맛과 용량까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코코아 가격이 급등하면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와 원자재 펀드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최근 상승률만 보고 추격 매수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코코아 가격은 2024년 말 t당 1만2931달러까지 올랐다가 에콰도르 등 남미 국가의 증산이 본격화하면서 2026년 초 3000달러대로 60% 넘게 하락했다. 공급 부족으로 단기간 급등할 수 있지만 증산 전망이 나오면 하락 속도 역시 빨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코코아처럼 생산지가 극도로 편중된 원자재는 구조적으로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다”며 “관련 ETF나 원자재 펀드에 투자하더라도 큰 가격 변동을 감당할 수 있는 규모로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아프리카의 이상기후만 보고 가격 상승에 베팅해서는 안 된다”며 “에콰도르 등 신흥 생산국의 증산이 실제로 가격을 크게 떨어뜨린 전례가 있는 만큼 수요뿐 아니라 공급 지역의 변화까지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콰도르 생산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2026~2027시즌은 향후 코코아 가격 흐름을 가를 분수령으로 꼽힌다. 다만 기상이변과 병해충 확산 여부에 따라 생산 전망이 다시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김 대표는 “코코아 시장은 소비자에게는 초콜릿 가격의 문제이고 기업에는 원가 관리의 문제이며 투자자에게는 극심한 변동성의 문제”라며 “마트에서 접하는 가격표 뒤에는 산지 날씨와 기업의 구매 계약, 국제 선물시장이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