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 5월에 이어 3개월 만에 다시 미국을 찾아 북미 사업을 점검했다. 이 회장의 잇단 미국 방문은 북미 시장에 대한 그룹 차원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행보로 풀이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14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KCON과 올리브영 페스타를 찾았다. 이어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 중소기업 글로벌 진출 지원 부스인 ‘K콜렉션(COLLECTION)’도 방문했다. 이 회장은 올리브영 페스타에서 CJ올리브영의 시그니처 서비스인 ‘스킨스캔’을 체험하기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선 미국 현지 소비자들의 모습을 살펴보고, 최근 미국에 출시한 비비고 김치누들을 시식하며 “(맛에) 킥(강한 포인트)이 필요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또 CJ ENM의 글로벌 K팝 콘텐츠 플랫폼 엠넷플러스 부스에서는 “미국 K팝 팬들은 무조건 엠넷플러스를 사용하게 만들어야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이 회장은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와 현장을 동행했다.

15일에는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과 함께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KCON 콘서트장을 찾았다.

이 회장이 이번 미국 방문에서 주목한 것은 K팝 자체보다 K콘텐츠를 통해 형성된 관심이 K푸드와 K뷰티 등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현장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지난 5월 미국 주요 사업을 찾은 자리에서 “미국 시장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북미 모든 사업을 K라이프스타일로 연결해 미국 소비자의 일상 속으로 확산해야 한다”며 사업 간 시너지 강화를 주문한 바 있다.

이번 방문에서도 이 회장은 “30년 전 ‘문화가 미래(산업)‘라는 믿음에서 CJ의 문화 사업이 출발했듯이, 이제 콘텐츠·푸드·뷰티 등으로 세계인의 일상을 채우는 ‘글로벌 K라이프스타일 리더‘로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그동안 CJ는 이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이 1995년 미국 영화 회사 드림웍스에 투자하면서 문화산업에 공을 들여왔다. 당시 식품기업이 영화산업에 투자하는 것을 두고 우려도 있었지만, CJ는 ‘문화가 미래’라는 판단 아래 콘텐츠 사업을 확대했다.

2012년에는 KCON을 시작하며 K팝을 중심으로 한국 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사업을 본격화했다. 이후 CJ는 식품과 뷰티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고, 현재는 K팝과 콘텐츠에서 형성된 관심을 K푸드와 K뷰티 소비로 연결하는 전략을 추진하는 중이다.

당시 이 회장을 비롯한 CJ 측의 목표는 뚜렷했다. 전 세계 사람들이 1년에 한두 번 한국 영화를 보고, 한 달에 한두 번 한국 음식이나 한국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일주일에 한두 편 한국 드라마를 보고, 매일 K팝을 한두 곡 듣게 하며 한국 문화를 즐기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은 이번 KCON 관람 중 CJ ENM 기획사인 웨이크원 소속의 아이돌 ‘이즈나’와 ‘제로베이스원’의 무대에서 관객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보고서 CJ가 문화사업에 투자해온 지난 30년의 여정에 대해 감회에 젖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3개월 만의 미국 재방문에 대해서는 이 회장이 북미 사업을 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CJ그룹 관계자는 “사실 미국 시장은 CJ 입장에서는 절체절명의 지역”이라며 “CJ가 중국을 거쳐 미국으로 글로벌 사업의 중심축을 옮긴 상황에서 미국을 재방문했다는 것 자체가 북미시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