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사주 일가에게 고가 주택이나 별장 등을 제공하고 법인자금을 사적으로 사용한 이른바 ‘황제사택’ 기업 50곳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이들 기업에서 총 1조9000억원대의 세금 탈루 혐의를 포착했다.

국세청은 25일 중대한 세금 탈루 혐의가 확인된 사택 사적사용 법인 50곳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에는 대기업 5곳과 상장사 6곳(코스피 4곳·코스닥 2곳)이 포함됐다.

국세청은 앞서 고가 법인주택 2639채를 전수검증했다. 이 가운데 사주 일가가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 주택은 1097채로 전체의 약 42%에 달했다. 국세청은 이들 주택을 보유한 법인의 신고 내용을 추가 분석해 탈루 혐의가 중대한 50곳을 이번 조사 대상으로 추렸다.

유형별로는 사주 일가가 직접 거주하는 ‘사주일가 거주형’이 28곳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 강남3구와 마포·용산·성동구 등 이른바 ‘마용성’ 지역의 고가 주택을 법인 명의로 취득해 사주 일가에게 제공한 사례들이다.

대표적으로 소노트리니티그룹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고급 주택을 약 250억원에 매입한 뒤 사주 일가의 거주 공간으로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인근에 이미 300억원대 주택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사주 일가를 위해 추가로 주택을 마련했고, 100억원대 증축 및 인테리어 비용까지 회사 자금으로 부담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인건비 명목으로 약 200억원의 법인자금을 사주 일가에게 부당하게 유출한 혐의도 포착됐다. 특히 사주에게는 동종업계 최고 급여 수령자 평균의 10배에 달하는 급여를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이날 서울 강서구 소노그룹 본사에 조사요원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다른 B법인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40억원대 빌라를 마련해 사주 일가의 ‘황제사택’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 유학 중인 사주 자녀의 고급 레지던스 임차비용을 회사가 대신 내고 체류비 지원을 위해 사주 배우자에게 허위 인건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약 30억원의 법인자금을 유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C법인은 서울에서 근무하는 사주 자녀를 위해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40억원대 아파트를 취득해 제공했다. 또 사주가 운영하는 개인사업에 필요하지 않은 부동산을 임차한 뒤 고액의 허위 임차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주주인 자녀들에게 이익을 나눠준 혐의도 확인됐다.

제조업체 D법인은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60억원 상당 고가 오피스텔을 취득해 사주에게 임대하면서 관리비 수준의 임대료만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특수관계법인과 분식회계를 통해 매출을 조작하고 해외 현지법인에 대부투자 명목으로 돈을 보내 약 100억원의 법인자금을 유출한 혐의도 포착됐다.

직원 복지를 명목으로 고급 콘도나 별장을 사들인 뒤 사주 일가 전용으로 사용한 ‘별장형’ 법인은 17곳이었다.

E법인은 계열사를 통해 100억원대 초호화 별장을 취득한 뒤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하고 사주 일가만 사용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외국계 F법인은 1박에 300만원 수준인 60억원 상당의 고급 단독주택형 콘도를 사주 일가 전용 별장으로 사용했다.

이 회사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사주 소유 아파트의 약 20억원 상당 인테리어 비용을 대신 부담하고, 사주 동생이 지배하는 국내 관계사에 수수료를 지급하거나 사주 누나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약 60억원의 법인자금을 유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제조업체 G법인은 강원도 평창의 회원제 골프장 내 고급 콘도를 약 30억원에 취득한 뒤 직원 복리후생용인 것처럼 사내 공문과 사용 일지를 허위로 작성해 부가가치세 매입세액공제를 받은 혐의가 포착됐다. 사주 일가의 귀금속과 명품 구매 비용을 법인 비용으로 처리하고, 사주로부터 재산 가치가 없는 영업권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법인자금을 유출한 혐의도 확인됐다.

이밖에 야외 수영장까지 갖춘 고급 단독주택을 직원 기숙사라고 속여 부가가치세 매입세액공제를 받은 사례와 직원 자녀가 설립한 법인을 통해 유지보수 용역 대가를 부풀린 뒤 사주 자녀에게 허위 인건비를 지급한 사례도 적발됐다.

법인 명의의 고가 주택을 활용해 사주 일가의 다주택 규제와 세금 부담을 회피한 ‘부동산 투기형’ 법인도 5곳이었다.

도소매업체 H법인의 사주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재건축 예정 아파트를 관리처분계획인가 직전에 취득했다. 이후 기존에 보유하던 40억원대 고가 주택을 H법인에 넘겨 1세대 1주택 비과세 혜택을 받으면서도 매도한 주택에 계속 무상 거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H법인은 특수관계법인에 원자재를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급해 이익을 나누고, 실제 근무하지 않는 사주 친족에게 허위 인건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법인자금을 유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소매업체 I법인은 유명인이 다수 거주하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시가 100억원대 아파트를 사주 일가에게 제공하고 인테리어 비용을 법인 비용으로 처리했다. 사주 일가는 강남 아파트 2채를 자신들 명의로 보유한 상태에서 법인 명의 주택에 거주하며 종합부동산세 중과 등 다주택 규제를 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도 공시가격 합계 약 200억원에 달하는 고가 주택 2채 가운데 1채를 법인 명의로 취득한 뒤 사주가 하나의 주거공간처럼 사용해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줄인 사례와 법인이 사업자 대출을 받아 사주 자녀의 30억원대 단독주택 구입을 지원하고 인테리어 비용까지 대납한 사례 등이 확인됐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 일시보관, 계좌조회, 포렌식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법인자금의 사적 유출 여부를 철저히 확인할 방침이다. 탈루 세액은 과세하고 조세포탈이나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 등 조세범칙 행위가 확인되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이성글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전수검증 대상 법인도 분석 중”이라며 “탈루 혐의가 중대한 법인은 순차적으로 세무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황제사택뿐 아니라 회장 유학 자녀에 대한 해외 사택 무상 제공, 유학비 지원 등 법인자금 횡령 행위 전반으로 검증을 확대할 것”이라며 “회사의 공적 영역과 사주의 사익 추구 경계가 모호한 기업이 원칙을 바로 세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