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들이 위험성이 높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출시하면서 수억 원대의 광고·이벤트 마케팅을 쏟아부은 뒤, 금융당국의 보완책 발표 이후에야 관련 마케팅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상품의 위험성을 사전에 알고도 마케팅을 방치하다 뒤늦게 제동을 걸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국회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들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출시 전후로 집행한 광고·이벤트 비용은 확인된 금액만 총 5억 8100만원이었다.

운용사별로는 삼성자산운용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광고에 1억 9400만원, 건물·대중교통 등의 옥외광고에 1억 6100만원 등 총 3억 5500만원을 써서 가장 많은 비용을 집행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SNS 광고 6400만원, 옥외광고 6500만원, 투자자 교육이수 인증 이벤트 1500만원 등 총 1억 4400만원을 사용했다. 이어 한국투자신탁운용이 5200만원, KB자산운용이 3000만원을 각각 마케팅 비용으로 썼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지난 7월 16일 관계기관 합동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보완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들 운용사의 관련 광고와 이벤트는 중단됐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특정 개별 주식의 하루 가격 변동폭을 2배로 추적하는 구조다. 특정 종목에 자금이 몰리는 위험이 크고, 단기간에 손실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특히 주가가 오르내림을 반복할수록 원금이 깎여 나가는 ‘음의 복리 효과’ 위험도 내재돼 있다. 금융당국 역시 상품 출시 전부터 이러한 위험성을 인지하고 투자자 주의를 당부한 바 있다.

문제는 정부가 고위험성을 사전에 알고도 상품 출시 초기 과열된 광고와 마케팅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위험 상품의 판매를 부추기는 마케팅이 한창 진행된 뒤에야 보완책을 내놓고 마케팅을 중단시킨 것을 두고 금융당국의 사전 감독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더욱이 당국이 위험성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는 점은 역설적으로 당시 투자자 보호 조치가 미흡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감독당국은 상품 출시 전에 마케팅 규제를 미리 마련하지 않은 이유와 뒤늦게 보완 조치에 나선 경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성훈 의원은 “금융당국이 상품 출시 전부터 위험성을 알고 있었다면, 투자자 보호를 위한 마케팅 관리 기준도 처음부터 촘촘히 마련했어야 한다”며 “상품이 나온 뒤 뒤늦게 마케팅을 막는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대응이 아니라, 위험 수준에 맞는 실효성 있는 사전 관리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