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KRX)가 애프터마켓을 연 지 일주일여 만에 국내 증시의 저녁 거래대금이 하루 4조원을 돌파했다. 증시 전체 거래대금은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장 마감 이후 거래는 빠르게 불어나며 투자자들의 매매 수요가 저녁 시간대로 번지는 모습이다. 넥스트레이드(NXT)에 쏠려 있던 저녁 거래가 두 거래소로 흩어지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 거래시간 연장 효과가 가시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에 따르면 전날 두 거래소의 애프터마켓 합산 거래대금은 4조2294억원으로 집계됐다. 시장별로는 NXT가 2조4597억원, KRX가 1조7697억원이었다. KRX 애프터마켓 개장 첫날인 지난 14일(3조6073억원)보다 17.2% 늘어난 규모로 개장 이후 최대치다. 개장 첫 주에는 거래대금이 뒷걸음질하면서 기존 수요를 두 거래소가 나눠 가질 뿐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둘째 주 들어 양 시장 거래가 동반 회복하며 이 같은 우려를 잠재웠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애프터마켓 개장으로 투자자들의 거래 선택지가 넓어지면서 장 마감 이후에도 유동성이 형성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저녁 시장의 성장세는 증시 전체와 견주면 더욱 두드러진다. KRX 애프터마켓 개장 직전인 이달 1~11일 41조8466억원이던 코스피·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은 개장 둘째 주인 21~22일 44조2025억원으로 5.6% 늘었다. 같은 기간 저녁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2조8095억원에서 3조9240억원으로 1조1000억원 넘게(39.7%) 급증했다. 증시 전체보다 7배 빠른 속도다. 개장 전 저녁 거래대금은 NXT 애프터마켓과 KRX 시간외단일가 매매 거래대금을 합산해 산출했다.
KRX의 시장 진입이 NXT 몫을 빼앗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었다는 점은 시장별 수치에서도 확인된다. 개장 전 2조7572억원이던 NXT 애프터마켓 일평균 거래대금은 21~22일 2조2029억원으로 약 20% 줄었다. 같은 기간 KRX에서는 일평균 1조7211억원어치가 거래됐다. NXT에서 빠져나간 금액(약 5500억원)의 3배를 웃도는 규모다.
저녁 시장이 몸집을 불린 배경으로는 거래 가능 종목의 확대가 꼽힌다. KRX는 애프터마켓을 열면서 오후 4~6시 운영하던 시간외단일가 매매를 폐지하고 오후 8시까지 실시간 접속매매를 도입했다. 그간 저녁 시간대에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있는 종목은 NXT의 약 600개에 불과했지만 KRX가 가세하면서 사실상 코스피·코스닥 상장 종목 대부분으로 넓어졌다. 다만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 관리종목 등 일부 종목은 거래 대상에서 제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