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권 안에 은행 점포가 없거나 한 곳뿐인 지역에 사는 국민이 약 506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까운 곳에 은행이 아예 없는 ‘은행사막’만 국토 면적의 절반을 차지했다. 특히 면 지역 은행사막은 가장 가까운 은행까지 평균 거리가 약 18㎞인데, 주민 10명 중 4명 이상이 65세 이상이었다. 모바일 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 은행 창구를 찾아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23일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과 윤상호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이 최근 발간한 ‘국내 은행사막의 분포와 그 특성’ 논문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은행사막 거주 인구는 308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주변에 은행이 한 곳만 남은 ‘잠재적 은행사막’ 거주자 196만9000명을 합하면 505만5000명이다. 전체 인구의 9.76%로 10명 중 1명꼴이다.
연구진은 통계조사에 쓰이는 소지역 단위인 집계구의 중심점에서 동은 반경 2㎞, 읍은 5㎞, 면은 10㎞ 안에 은행 점포가 없으면 은행사막으로 분류했다. 미국의 분류 기준을 국내 이동거리와 지역 특성에 맞게 조정한 것이다. 이 기준으로 은행이 전혀 없는 지역은 국토의 50.72%에 달했다. 은행이 한 곳뿐인 지역까지 포함하면 약 58%로 넓어진다.
은행을 찾아가는 부담은 농촌에서 두드러졌다. 면 지역 은행사막에서 가장 가까운 은행까지 거리는 평균 17.99㎞였다. 은행이 두 곳 이상 있는 면 지역의 평균인 4.60㎞의 약 4배다. 이는 집계구 중심점과 점포 사이의 거리로, 주민 개개인의 실제 도로 이동거리를 뜻하지는 않는다. 면 지역 은행사막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42.12%로 은행 방문이 어려운 곳에 고령층이 집중돼 있었다.
도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동 지역에서 반경 2㎞ 안에 은행이 없는 곳에 사는 인구는 141만7000명으로 면 지역 은행사막 거주자 118만7000명보다 많았다. 농촌은 주민 중 은행사막 거주자 비율이 높지만 인구가 밀집한 도시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만으로도 금융 접근성이 떨어지는 주민 수가 상당했다.
눈여겨볼 변화는 ‘마지막 은행’에 의존하는 인구의 증가다. 잠재적 은행사막 거주자는 2016년 149만9000명에서 2023년 196만9000명으로 47만명 늘었다. 같은 기간 은행사막 거주자 증가 폭인 27만9000명을 웃돌았다. 은행사막이 급격히 넓어졌다기보다 여러 점포가 있던 생활권에서 선택지가 하나로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남은 점포마저 문을 닫으면 해당 지역도 은행사막으로 바뀔 수 있다.
연구진은 고령층 밀집 지역에서 점포를 유지하거나 은행사막에 새 점포를 여는 은행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해결책으로제시했다. 직원이 여러 점포를 순환하며 근무하거나 격일로 영업하는 방식으로 점포 유지 비용을 낮추는 방안도 대안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