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사업·투자 구조를 개편하는 기업분할을 발표했지만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노동조합은 책임 회피와 다름이 없다고 비판하고, 자본시장에서는 중복 상장 규제를 우회하는 전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 크루유니언은 이날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카카오 분할 반대·공동 교섭 선포식’과 ‘카카오뱅크 파업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21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신설법인 카카오AI와 존속법인 카카오X로의 인적분할을 결의했다. 플랫폼·신기술을 담당하는 카카오AI와 핀테크·콘텐츠를 아우르는 카카오X로 분리해 독립 경영과 성장 동력 확보를 노리겠다는 것이다.

노조는 인적분할에 반대하며 주주들을 설득해 주주총회 특별결의에서 안건 부결을 이끌어내겠다는 각오다. 대주주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 주주들이 반대표를 행사하면 안건 부결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노조는 카카오 지분 5.4%를 보유한 국민연금부터 만나겠다는 계획이다. 주주총회는 오는 12월 17일로 예정돼 있다.

인적분할은 기업을 분리할 때 신설법인의 주식을 존속법인의 주주에게 동일한 비율로 배분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기존의 카카오 주주들은 분할비율에 따라서 두 회사의 주식을 모두 배정받는다. 순자산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분할비율은 카카오AI가 0.36, 카카오X가 0.64다. 주주들 입장에서는 존속법인이 신설법인 주식을 전량 보유하는 물적분할보다는 낫다지만, 사실상 쪼개기 상장이다.

카카오는 지난 21일 오전 10시 타운홀 미팅 오픈톡을 열고 기업분할을 공식화했다. 카카오는 오픈톡을 주요 경영 현안이나 전달 사항을 공유할 때마다 주재해 왔지만 이번에는 한나절 전에 일정을 기습 공지해 사내에 불안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구체적인 오픈톡 주제도 알리지 않아서 지주사 전환설부터 인공지능(AI) 사업부 분사설, 계열사 매각설, 네이버와의 합병설까지 다양한 추측이 쏟아졌다.

그러나 카카오가 기업분할 이후에도 고용 승계와 근로 조건, 복리후생, 업무 환경 등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하면서 긴장감이 해소되는 분위기였다. 특히 주력 사업과 기존 인력이 대부분 카카오AI로 이동하고 경영진 구성도 비슷해서 실무자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복수의 카카오 관계자도 “카카오AI와 카카오X로 회사 이름만 변경된 느낌이고 카카오톡과 AI를 묶어서 분사하는 상황이라 지금으로서는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라며 “가장 중요한 담당 업무나 업무 방식이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파장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전한 바 있다.

하지만 기업분할이 구성원들에게 미칠 영향력에 대한 사전 설명과 협의 과정이 생략된 것은 별개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개별 교섭이 아닌 공동 교섭을 요구했다. 경영 논란과 성과 배분, 조직 개편 등 고질적인 병폐에 대해서 모든 계열사가 함께 대응해 협상력을 키우자는 취지다.

서승욱 카카오 지회장은 “이번 분할 계획으로 기업 가치가 상승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라며 “기존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쇄신안이 먼저 나온 뒤 분할이 논의돼야 하지만 현재로써는 전무하다. 분할 자체를 무조건 막겠다는 게 아니라 원인 진단과 구체적인 대책이 없는 분할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주주들의 반응도 싸늘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카카오는 전장 대비 300원(0.83%) 오른 주당 3만63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한때는 주당 16만원을 호가하던 카카오로서는 굴욕적이다. 지난 24일 투자 의견이 담긴 카카오 보고서를 발행한 증권사 12곳 가운데 5곳이 목표 주가를 하향했다. 카카오의 인적분할이 중복 상장 규제를 우회하고, AI 투자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만큼 외부 투자를 유치하려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단체행동에는 아직까지 임금협상·단체협약을 마무리 짓지 못한 카카오뱅크 노조도 합류했다. 카카오뱅크 노조는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닷새간 전면파업을 예고하며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