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 백악관서 담판
트럼프, 회담전 환대 극대화
협상 주도권 쥐려는 전략
B-1 폭격기 띄워 대대적 환영
11년만에 백악관 찾은 시진핑
"미중 경쟁 정도 있게 해야"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시 주석의 전용기가 착륙하기 전 헬기로 먼저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해 전용 승용차 안에서 1시간 넘게 기다렸다. 시 주석이 트랩에서 내리자 트랩 계단 앞까지 걸어 나가 악수를 나눴다. 집권 2기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정상을 공항까지 나가 영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멜라니아 여사도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영접에 나서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를 맞았다. 두 정상의 만남은 올해 두 번째로 지난 5월 베이징 회담 이후 4개월 만이다.
시 주석은 2015년 9월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빈 방문 이후 11년 만에 백악관을 다시 방문했다. 방미단에는 차이치 정치국 상무위원, 왕이 외교부장 등 중국측 고위급이 동행했다.
두 정상은 레드카펫을 함께 걸으며 미 공군 군악대가 양국 국가를 연주하는 동안 잠시 멈춰 섰다. 21발의 예포가 발사됐고, 상공에는 B-1 폭격기 2대가 굉음을 내며 비행했다.
연주가 끝나자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어깨와 등을 툭툭 치는 특유의 스킨십으로 친분을 과시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위대한 지도자이고 지금은 위대한 순간"이라며 "시 주석과 심도 있게 의견을 교환하고 양국 관계 발전을 추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화기애애한 영접 분위기 속에서도 다소 원칙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도착 직후 발표한 서면 연설에서 "중국과 미국은 모두 위대한 국가이며 중국 국민과 미국 국민은 모두 위대한 국민"이라고 화답하면서도, "중미 양측은 협력을 우선하고 경쟁은 정도가 있게 해야 하며, 이견은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통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은 라이벌이 아닌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것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얼마든지 병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전방위적 대중 압박을 겨냥해 상호 존중과 수위 조절을 우회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첫 방중 때는 시 주석이 '황제급 의전'으로 환대하며 경제협약을 안겨준 쪽이었지만 이번엔 양 정상의 처지가 바뀌었다. 물가·경기 부담 속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농업 등 분야에서 실질적인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다. 반면 중국공산당 5중전회를 앞둔 시 주석은 희토류 등 중국이 쥔 공급망 지렛대를 앞세워 서둘러 양보하기보다 원칙적 태도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회담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24일 백악관에서는 별도의 공식 환영식이 다시 열린다. 사우스론과 로즈가든에서 진행되는 이 행사에는 미군 전 군종을 대표하는 장병 479명이 참여하고, B-2 스텔스 전략폭격기 1대와 F-22 전투기 4대가 축하 비행을 펼친다. 이후 본격적인 정상회담과 이스트룸 국빈 만찬이 이어진다. 국빈 만찬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 팀 쿡 애플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미 빅테크 수장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화기애애한 영접 분위기와 달리 본회담에서는 거친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항 영접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으로 복귀하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다룰 핵심 의제를 분명히 했다. 그는 이란 문제와 펜타닐의 미국 유입 차단, 대중국 추가 관세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첨단 기술 분야에서는 여전히 평행선이 예상된다. 미국은 희토류 등 핵심광물의 안정적 공급을 요구하는 반면,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완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AI 분야에서는 사고 발생 시 서로 통보하는 '핫라인' 구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경쟁은 계속하되 우발적 충돌은 막자는 취지로, 아직 구체적 운영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다. 대만 문제도 변수다. 지난 5월 베이징 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이 논란이 됐던 만큼, 이번 회담에서 양측이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도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