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엑스알피(XRP)가 거시경제 불확실성에 밀려 하락한 가운데 미국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규제체계의 틀을 마련할 클래리티(CLARITY) 법안이 새로운 가격 변수로 떠올랐다. 엑스알피는 2일 2.29% 하락한 1.33달러를 기록했다.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거래량이 늘었지만 미결제약정은 감소했고,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는 1438만달러가 순유입됐다.

미국 상원의 클래리티 법안 절차 표결과 엑스알피 현물 ETF로 이어지는 자금 유입이 향후 가격 흐름을 가를 주요 변수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과 이란 긴장에 위험회피…엑스알피 2.29% 하락

코인게이프는 2일(현지시각)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노출을 줄이면서 엑스알피 가격이 2.29% 하락한 1.33달러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전체 디지털자산 시장 시가총액도 최근 24시간 동안 0.91% 감소해 약 2조6000억달러 수준으로 내려왔다.

같은 시점 비트코인은 7만7000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이더리움은 약 2395달러에서 거래됐다. 코인게이프는 미국과 이란 사이의 지정학적 긴장이 다시 커진 것이 시장의 위험회피 심리를 자극했다고 설명했다.

양국 간 긴장은 유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유가 상승은 물가 압력을 높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이 예상보다 매파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웠다. 코인게이프는 이런 거시경제 환경이 엑스알피 가격 회복을 제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미국 의회의 디지털자산 규제 입법은 엑스알피 시장에 별도의 변수가 되고 있다. 코인게이프에 따르면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의회의 여름 휴회 이전 클래리티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다시 촉구했다.

암스트롱 CEO는 대부분의 은행이 디지털자산을 기존 금융서비스에 대한 위협이 아닌 기회로 보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다만 주요 은행권은 스테이블코인 보상이 고객을 전통 금융기관에서 이탈시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코인게이프는 전했다.

미 상원은 오는 15일 법안 논의를 계속할지를 결정하는 절차적 클로처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해당 절차에는 60표가 필요하다. 상원 의석 구도를 고려하면 초당적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표결을 통과한다고 법안이 곧바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후 상원의 법안 처리와 하원안 조정, 대통령 승인 등의 절차가 남아 있다.

미 하원은 지난해 7월 자체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상원에서 논의되는 내용과 일부 차이가 있었고 입법 과정은 8월 휴회 전까지 마무리되지 못했다.

클래리티 법안은 디지털자산에 대한 감독 권한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사이에 나누고 거래 플랫폼에 등록 요건을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코인게이프는 설명했다.

코인게이프는 자산별 규제 분류가 명확해질 경우 미국 엑스알피 시장을 둘러싼 규제 불확실성이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거래소의 유동성과 투자상품, 리플 관련 결제 활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15일 표결에 1.40달러·1.60달러 저항선 주목

코인게이프는 클래리티 법안의 클로처 표결이 통과될 경우 엑스알피가 1.40달러 돌파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후 저항 가격대로는 1.50달러와 1.60달러를 제시했다.

엑스알피가 1.60달러를 넘어설 경우 다음 가격대로 1.75달러를 제시했다. 다만 이는 비트코인이 다시 상승하고 디지털자산 시장의 투자심리가 개선된다는 조건을 전제로 한 전망이다.

반대로 클래리티 법안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할 경우 시장의 실망으로 1.25달러와 1.20달러 지지선이 다시 압박받을 수 있다고 코인게이프는 분석했다.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거래 활동이 증가했지만 레버리지 포지션은 감소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코인글래스 자료를 인용한 코인게이프에 따르면 최근 집계 기간 엑스알피 파생상품 거래량은 20.53% 증가한 38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미결제약정(open interest)은 3.05% 감소한 30억3000만달러였다. 거래량 증가와 미결제약정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레버리지 노출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옵션시장 활동은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 엑스알피 옵션 거래량은 119.68% 늘어난 275만달러를 기록했다. 옵션 미결제약정도 3.57% 증가한 7815만달러로 집계됐다.

현물 ETF 1438만달러 순유입…총자산 14억4000만달러

현물 ETF 시장에서는 자금 유입이 이어졌다. 소소밸류(SoSoValue) 자료를 인용한 코인게이프에 따르면 엑스알피 현물 ETF는 지난 1일 하루 동안 1438만달러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운용사별로는 프랭클린이 663만달러로 가장 많은 자금을 끌어들였다. 그레이스케일에는 472만달러, 캐너리에는 303만달러가 각각 순유입됐다.

비트와이즈와 21셰어즈에서는 이날 신규 순유입이 발생하지 않았다. 관련 ETF의 누적 순유입액은 16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전체 거래대금은 3921만달러였으며 ETF가 보유한 순자산은 14억4000만달러였다. 이는 엑스알피 전체 시가총액의 1.69%에 해당한다고 코인게이프는 전했다.

ETF로 신규 자금이 유입됐지만 이날 상장 상품들의 가격은 모두 하락했다. 현물 시장의 가격 약세와 ETF 자금 흐름이 엇갈린 셈이다.

코인게이프는 미국과 이란의 긴장, 유가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단기적으로 엑스알피를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오는 15일 미국 상원의 클래리티 법안 표결과 ETF 자금 흐름, 파생상품 시장의 레버리지 변화가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