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이정화 기자] 미국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 법(Digital Asset Market Clarity Act)의 상원 표결이 최종 협상을 남겨두고 있다. 8월 처리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도 있으나, 공화당과 민주당이 극적인 ‘맞교환’ 협상을 시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디지털자산 사업 매각에 따른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과 위반 시 각 주 법무장관에게 강력한 독자 집행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조율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트럼프 자산 매각 의무화와 수백만 달러 규모의 세제 혜택
6일(현지시각) 블룸버그, 코인데스크, 폴리티코 등 현지 외신에 따르면 공화-민주 양당은 윤리조항 수정안을 백악관 측에 전달했다. 폴리티코는 이 수정안이 불투명해 사실상 8월 처리가 어렵다고 보도했다. 최대 쟁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중 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보유 중인 디지털자산 관련 사업 및 지분을 의무적으로 매각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디지털자산 벤처인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 에 투자하고 있다. 대통령과 제휴한 회사(DT Marks DEFI LLC)가 이 기업의 지분 38%를 보유하고 있는 것. 현행법상 다른 고위 관료들과 달리 대통령은 재임 중 자산 매각 의무가 없으나, 이번 수정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디지털자산 자산 매각이라는 새로운 의무를 부과했다.
그러나 자산을 매각하는 대가로 발생할 막대한 연방 자본이득세(Capital Gains Tax) 납부를 수년간 혹은 사망 시까지 이월하여 유예할 수 있는 강력한 혜택이 함께 제공되었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디지털자산 및 밈코인 관련 벤처를 통해 약 14억 달러의 막대한 수익을 거둔 것으로 보고되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자산 매각 즉시 20%의 자본이득세가 부과되어 수백만 달러의 세금을 즉시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수정안의 혜택을 활용해 매각 대금을 새로운 투자처에 재투자하고 이를 사망 시까지 보유할 경우 자본이득세가 영구히 면제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러한 세제 혜택 메커니즘은 이미 자산을 처분한 하워드 루트닉(Howard Lutnick) 상무장관과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재무장관 등 내각 고위 관료들이 누린 특별 세법 규정과 동일한 방식을 대통령에게도 적용한 조치다.
민주당의 양보로 얻는 것, 주 법무장관의 독립적 소송 권한
디지털자산 규제 강화를 일관되게 주장해 온 민주당 의원들의 찬성표를 이끌어내기 위해, 이번 수정안에는 연방 정부의 권한을 우회할 수 있는 강력한 감시 장치가 포함되었다.
해당 수정안은 만약 연방 법무부가 고위 공직자의 디지털자산 윤리 규정 위반에 대해 기소나 소송 제기를 거부하더라도, 각 주의 법무장관(State Attorneys General)들이 독립적으로 소송을 제기하여 윤리 조항을 강제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이는 연방 사법당국의 소극적 대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이 초당적 타협안은 톰 틸리스(Thom Tillis) 공화당 상원의원과 루벤 가예고(Ruben Gallego) 민주당 상원의원이 전격 합의하여 백악관에 공식 전달했으며, 백악관 측도 본격적인 검토 및 논의에 나섰다.
상원 휴회 직전의 극적 타협인가, 일정 지연인가
미 상원은 현재 여름 휴회를 코앞에 두고 극심한 일정 압박에 직면했다. 현재 상원에는 클래리티법 외에도 토드 블랜치(Todd Blanche) 법무장관 지명자 인준안과 연방정부 예산안, 러시아 제재 법안 등 처리해야 할 시급한 현안들이 산적했다.
폴리티코는 공화당 상원 지도부가 클래리티법에 대한 표결을 실시하지 않은 채 8월 휴회에 들어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법안은 상원 통과에 필요한 민주당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상원이 9월 중순까지 휴회에 들어가는 만큼 8월 중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본격적인 논의 재개 역시 다음 달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양당 간 협상은 계속 진행되고 있어 극적인 합의가 이뤄질 경우 일정이 변경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코인데스크는 클래리티법의 향후 운명은 세 가지 시나리오로 압축되었다고 보도했다.
첫째는 존 튠(John Thune)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토론 종결(Cloture)을 신청하고 신속히 절차 표결을 진행하여 휴회 전에 법안을 통과시키는 방안이다.
둘째는 쟁점 합의에 실패해 오는 8월 7일 휴회하고 9월 회기로 논의를 미루는 시나리오다. 다만 9월과 10월에 예정된 실제 회기 일수가 14일에 불과해 일정이 매우 촉박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셋째는 토드 블랜치 법무장관 지명자 인준안 처리 등을 위해 상원이 주말이나 다음 주까지 회기를 연장하고 이 기간에 클래리티법 표결까지 한꺼번에 처리하는 방안이다.
팀 스콧(Tim Scott) 공화당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은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여름 휴회 전에 반드시 클래리티법의 첫 번째 표결을 마쳐야 한다”며 “상원이 여름 휴회를 늦추더라도 법안을 표결할 시간은 충분하다” 고 강하게 주장했다.
팀 스콧 위원장은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진전을 이룰 때마다 민주당이 계속 골대를 옮기며 의도적인 지연 전략을 펴고 있다”고 정면 비판했다.
이는 신시아 루미스(Cynthia Lummis) 공화당 상원의원이 “클래리티법이 무산된다면 그 책임은 민주당에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 것과 궤를 같이했다.
존 튠 원내대표가 테드 크루즈(Ted Cruz) 상원의원이 주도하는 대학 스포츠 법안에 대해 토론 종결을 신청했으나 실제 표결을 집행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클래리티법 절차를 개시할 시간적 여유는 아직 남아 있다는 전망도 있다.
“법안 통과의 핵심 열쇠… 최종 결정은 백악관 몫”
정치 및 블록체인 산업 전문가들은 이번 윤리조항 수정안이 클래리티법의 향후 운명을 가를 가장 결정적인 열쇠라고 분석했다.
엘리노어 테렛(Eleanor Terrett) 크립토 인 아메리카(Crypto in America) 기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디지털자산 정책 관계자들이 여전히 ‘이상한 교착 상태(weird limbo)’ 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엘리노어 테렛 기자는 “이번 주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인사들이 백악관과 긴밀히 접촉하며 윤리조항 합의를 설득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움직였다”고 전했다.
상원 의회의 한 보좌진은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남아 있는 몇 가지 쟁점들만 조속히 정리된다면 9월 회기 내에 법안이 무난하게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반면 공화당 내부에서도 조시 홀리(Josh Hawley) 상원의원이 스테이블코인의 이자 수익 유출 우려를 들어 법안 반대 의사를 천명하는 등 내부 이견이 발목을 잡았다. 또한 톰 틸리스 의원 역시 초당적 윤리조항이 최종 법안에 투영되지 않을 경우 단호히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경고하며 배수의 진을 쳤다.
이러한 진통을 반영하듯 예측시장 폴리마켓(Polymarket)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내 클래리티법에 최종 서명할 확률을 단 17% 로 반영하며 매우 조심스러운 흐름을 나타냈다.
결국 톰 틸리스 의원과 루벤 가예고 의원이 전달한 초당적 절충안에 대해 백악관이 제시할 피드백의 내용이 클래리티법 통과의 최종적인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