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테더(Tether)가 올해 미국 정부의 이란 제재 회피망 단속 과정에서 약 5억5000만달러 규모의 USDT 동결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가 이란 정권과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금융망을 차단하기 위한 제재를 확대하는 가운데 스테이블코인이 제재 집행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테더는 28일(현지시각) 미국과 국제 사법당국의 이란 제재 회피망 단속에 협력해 올해 이란 중앙은행과 제재 대상 네트워크에 연결된 것으로 미국 당국이 확인한 지갑에서 약 5억5000만달러 규모의 USDT 동결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테더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오퍼레이션 이코노믹 아웃캐스트(Operation Economic Outcast)’를 발표했다. 이란 정권과 이슬람혁명수비대의 자금 조달망을 차단하기 위한 캠페인이다. 재무부는 제재 확대 가능성이 있는 5개 분야 가운데 하나로 디지털자산(가상자산)을 지목했다.
4월 3억4400만달러·7월 1억3000만달러 이상 동결
테더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4월 미국 해외자산통제국(OFAC)과 사법당국이 제공한 정보를 토대로 2개 주소에 보관된 3억4400만달러 이상의 USDT를 동결하는 데 협력했다.
테더가 조치를 취한 다음 날 OFAC는 해당 주소 2개를 이란 중앙은행의 디지털자산 주소로 공식 추가했다. 테더에 따르면 이란 중앙은행의 제재 항목은 이슬람혁명수비대 쿠드스군(IRGC-Quds Force)과 헤즈볼라와 연계돼 있다.
추가 조치는 7월 이뤄졌다. 테더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가 이란 중앙은행 제재 대상을 트론(TRX) 주소 4개로 확대하면서 해당 지갑에 있던 1억3000만달러 이상의 USDT가 동결됐다.
테더는 이 같은 조치를 포함해 올해 이란과 연계된 지갑에서 동결된 USDT가 약 5억5000만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파올로 아르도이노 테더 최고경영자(CEO)는 “테더는 USDT가 제재 대상이나 테러 조직, 범죄 네트워크의 피난처가 아니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보여왔다”고 말했다.
그는 “퍼블릭 블록체인은 현금에서는 불가능한 수준으로 자금 이동을 당국이 확인할 수 있게 한다”며 “사법당국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면 테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국 정부가 제재 회피와 테러 자금 조달 차단을 강화하는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당국과 정기적으로 직접 협력하고 있다”며 “불법 자금을 식별하고 동결하는 데 계속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당국과도 공조…40건 이상서 2200만USDT 동결
테더는 이란 관련 자금망뿐 아니라 테러 자금 조달 대응에서도 이스라엘 당국과 협력해 왔다고 밝혔다.
테더에 따르면 회사는 이스라엘 국가테러자금조달방지국(NBCTF)과 수년간 협력했다. 2023년에는 NBCTF와 협력해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에 영향을 미친 불법 활동과 관련된 32개 주소에서 87만3118.34달러를 동결했다고 공개했다.
현재까지 NBCTF가 의뢰한 40건 이상의 사례에서 640개가 넘는 주소와 관련해 2200만USDT 이상을 동결했다고 테더는 밝혔다.
이란 관련 네트워크에 대한 조치도 이어졌다. 테더에 따르면 NBCTF는 지난해 9월 이슬람혁명수비대와 관련됐다고 판단한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주소 187개를 공개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엘립틱(Elliptic)은 이후 이 가운데 39개 주소가 테더의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고 분석했다. 당시 해당 지갑에 남아 있던 약 150만달러 상당의 USDT가 동결됐다는 설명이다.
테더 “67개국 340개 이상 사법기관과 협력”
테더는 이란 관련 동결 조치가 전 세계 사법당국과 진행하는 광범위한 협력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테더에 따르면 회사는 67개국의 340개 이상 사법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2800건 이상의 수사를 지원했으며 이 가운데 1500건 이상이 미국 사법당국과 관련됐다.
이 과정에서 동결된 자산은 49억달러 이상이다. 이 가운데 미국 당국과 관련된 금액은 24억달러 이상이라고 테더는 밝혔다.
테더는 미국 법무부(DOJ), 연방수사국(FBI), 비밀경호국(USSS), 국토안보수사국(HSI), 해외자산통제국 등과 직접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테더에 따르면 이달 전 세계 사기센터가 이용한 마켓플레이스를 대상으로 한 미 당국의 단속에서는 하루 동안 5200만달러 이상의 자산이 압류됐다. 미국 법무부는 당시 수사 과정에서 테더가 적극적으로 협조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사기 사건에서는 2억2530만달러 규모의 디지털자산 압류에 협력했다. 테더에 따르면 미국 비밀경호국은 당시 이를 기관 역사상 최대 규모의 디지털자산 압류라고 설명했다.
지난 2월에는 디지털자산 투자 사기 혐의와 관련된 6100만달러 이상의 USDT를 미 연방 당국이 압류하는 과정에 협력했다. 지난해 12월에는 FBI가 투자 사기와 관련된 것으로 추적한 약 850만달러의 USDT 압류를 지원했다.
테더는 미국 당국이 제재한 러시아 디지털자산 거래소 가란텍스(Garantex)와 관련해서도 약 2300만달러의 불법 자금 동결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고령의 미국인을 주로 노린 기술지원 사기 사건에서는 약 140만달러의 USDT 압류를 지원했다. 지난해는 미국 당국과 협력해 가자지구 기반 금융망인 바이 캐시 머니 앤드 머니 트랜스퍼 컴퍼니(Buy Cash Money and Money Transfer Company)와 관련된 약 160만달러의 USDT를 동결하고 재발행했다고 테더는 설명했다. 해당 사건은 미국 법무부의 테러 자금 관련 민사 몰수 절차에 포함됐다.
테더는 지갑 동결 정책을 OFAC의 특별지정제재대상(SDN) 명단과 연계하고 있다. 이에 따라 SDN 명단에 올라간 2차 시장 지갑에도 제재 통제를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르도이노 CEO는 “금융 범죄가 블록체인을 이용한다고 해서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니다. 많은 경우 오히려 그 반대”라고 말했다.
그는 “법무부와 FBI, 비밀경호국, 국토안보수사국, OFAC를 비롯한 전 세계 당국이 테더와 함께 자산을 추적하고 동결·회수해온 기록은 공개돼 있다”며 “테러와 제재 회피, 사기 등 중대 범죄를 막는 당국에 이러한 역량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