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의 98개 지하철 역사에 게이트를 설치해 기술력을 인정받은 한국 기업이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LA), 뉴욕을 넘어 시카고·보스턴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잰걸음에 나섰다.

삼성 출신 임직원들이 의기투합해 설립한 이 기업은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 특유의 ‘속도’를 결합해 미국 대중교통 사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는 전언이다.

교통 인프라 기업 에스트래픽의 북미 현지법인 에스트레픽 아메리카를 담당하는 김범수 상무는 “한국 특유의 속도가 미국 내 사업자들의 만족도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에스트래픽은 지난 2019년 미국 수도 워싱턴 수도권 대중교통국(WMATA)이 운영하는 전체 지하철 역사에 게이트를 설치하면서 미국 사업을 처음 시작했다.

2013년 삼성SDS에서 스핀오프(분사)해 설립된 에스트래픽은 도로 요금징수시스템과 스마트 톨링, 철도신호·철도통신 등이 주력사업이었지만, 미국 내 지하철 게이트 사업이 유망할 수 있다는 판단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이미 특정 기업이 미국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업계에서는 수주에 ‘반신반의’하는 반응이었지만, 이재현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로 결국 수주에 성공할 수 있었다. 기존 기업들이 보여주지 못한 ‘발빠른 대응’이 주요 무기였다. 이 사장은 “미국의 발주처가 개선점을 요구하면 한국 본사에서 이를 반영한 뒤 미국 시간으로 다음 날 개선안을 내놓았다”며 “워싱턴DC 사업을 수주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역량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다른, 미국에서만의 ‘특화 전략’ 역시 한몫했다. 미국 지하철은 무임승차 문제가 상대적으로 더 심각했고, 이를 차단하려면 승객들의 진출입 게이트를 더 높게 설치해야 한다. 한국의 지하철 게이트와 다른, ‘미국형 지하철 게이트’를 새로 디자인했고, 이후 무임승차율이 70%가량 감소하는 효과가 확인됐다.

에스트래픽은 워싱턴DC에서의 사업 내역을 바탕으로 2023년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 급행철도(BART)의 페어게이트(Fare Gate) 조달을 수주하는 데에 성공했다. 또 LA 메트로가 추진하고 있는 지하철 게이트 현대화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2024년에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교통국(MTA)의 적격 공급기업으로 등록돼 일부 역사에 지하철 게이트를 설치한 상태다.

김범수 상무는 “LA에서는 현재 26개 역사에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최근에는 운영·유지보수 계약도 확보했다. 2028년 LA 올림픽을 앞두고 더 많은 사업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뉴욕에서는 인공지능(AI) 기반 부정승차 방지 게이트를 시범 운영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전했다.

에스트래픽은 최근 미국 시카고에서 전미대중교통협회(APTA)가 개최한 ‘2026 트랜스폼 & 엑스포(TRANSform & EXPO)’에 참가해 북미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나섰다. 이 행사는 3년에 한 번 개최되는 대중교통 분야의 최대 박람회로 꼽힌다.

이번 전시회에서 에스트래픽은 차세대 요금징수 시스템 ‘페어게이트(Faregate)’ 플랫폼과 비접촉식 결제 시스템 등 차세대 솔루션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특히 게이트 현대화 사업을 추진중인 시카고 지하철 관계자들도 에스트래픽의 부스를 방문해 시스템을 경험했다는 전언이다.

김 상무는 “북미지역에서 다음 사업 기회를 시카고에서 찾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뉴욕, 샌프란시스코, LA, 워싱턴DC에 이어 미국내 주요 지하철 게이트 사업에 모두 참여하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애틀 등 미국 서부, 중부, 동부 주요 도시에서의 사업기회도 모색하고 있으며, 미국내 철도 신호사업 역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