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이틀간의 반등을 뒤로한 채 지난 6일 4% 넘게 급락했다. 장중 낙폭은 한때 5%를 웃돌며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 중단하는 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됐다. 삼성전자는 6%, SK하이닉스는 10% 이상 밀리는 등 반도체 대형주가 지수를 끌어내렸다.

모건스탠리는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비중확대’로 상향 조정하며 코스피 목표치 9000을 유지했다. JP모건은 12개월 목표지수 1만2500을, 골드만삭스는 1만2000을 각각 유지했다.

국내 증시가 공포에 휩싸인 사이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이번 급락을 경기 침체나 기업 실적 악화가 아닌 ‘기술적 조정’으로 판단하며 한국 증시의 중장기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이다.

JP모건은 “최근 코스피 급락은 기업 펀더멘털 훼손보다는 레버리지 청산과 외국인 수급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시장 정상화가 진행되면 장기 상승 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레버리지 청산이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봤다. 한국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 ETF 순자산(AUM)은 6월 말 약 500억 달러에서 현재 약 260억 달러로 감소했다. JP모건은 이를 근거로 전체 청산 과정의 약 75%가 이미 진행된 것으로 추정했다.

JP모건은 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성장세뿐 아니라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금융·소비 업종 수혜,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을 한국 증시의 핵심 투자 포인트로 제시했다. 특히 기업지배구조 개혁은 올해 하반기 다시 주요 투자 테마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대니얼 K. 블레이크가 이끄는 전략가팀은 최근 하락을 기업 실적 악화가 아니라 레버리지 ETF와 헤지펀드, 개인 신용거래 포지션이 한꺼번에 정리되면서 나타난 기술적 매도라고 평가했다. 이 과정에서 시장에 쌓였던 레버리지와 쏠림 현상이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한국 주식을 다시 매수할 만한 가격대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코스피는 연초 이후 116% 급등해 지난 6월 22일 사상 최고치인 9114.55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7월 30일까지 39% 급락했다. 그러나 7월 31일에는 하루 만에 18% 반등하며 사상 최대 일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조정이 2021년 기술주 급락과 코로나19 팬데믹, 2011년 글로벌 증시 조정 당시와 유사한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에 레버리지 ETF 매도, 단기 차익실현, 상대강도지수(RSI) 과열 등이 겹치며 낙폭이 커졌지만 메모리 반도체의 장기 성장성은 여전히 견조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국내 증권사들은 시장 변동성을 반영해 잇따라 목표치를 낮추며 보다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코스피 12개월 목표치를 기존 1만1500에서 9300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한투자증권도 기존 1만1000에서 8800으로 낮추며 이른바 ‘만스피’ 기대를 거둬들였다.

개별 종목에 대한 눈높이도 낮아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목표주가 하향 리포트는 828건에 달했고, 이달 들어서도 200건에 가까운 하향 보고서가 나왔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채권금리 상승과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해 반도체 목표 주가수익비율(PER)을 기존 8배에서 7배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의미 있는 분기점은 코스피 6500~6800선”이라며 “이 구간에 안착하면 선행 PER 7배 수준인 8200, 이후 8배 수준인 9300까지 회복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