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함지현 기자]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이 이더리움(ETH)을 탈중앙화 금융(DeFi)과 스테이블코인, 토큰화 자산 등을 지원하는 핵심 블록체인 인프라로 조명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보고서를 전통 금융권의 글로벌 금융회사가 투자자 교육 자료에서 이더리움을 디지털자산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로 설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JP모건은 지난달 말 발간한 ‘이더리움 펀더멘탈: 스마트 계약, 탈중앙화와 금융 애플리케이션(앱)’ 보고서를 통해 “이더리움은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과 디지털자산을 지원하는 스마트 컨트랙트 블록체인”이라고 정의했다.
보고서는 “초기 블록체인이 주로 개인 간(P2P) 가치 이전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더리움은 개발자가 금융 애플리케이션과 마켓플레이스, 토큰화 자산을 온체인에서 직접 구축할 수 있도록 하면서 블록체인의 활용 범위를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이더리움, ‘프로그래머빌리티’가 핵심 경쟁력”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사전에 정해진 조건에 따라 프로그램을 자동으로 실행할 수 있기 때문에 토큰 발행부터 탈중앙화거래소(DEX), 대출, 파생상품, 자산관리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중앙화된 중개자 없이 구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이더리움을 “가장 크고 널리 채택된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으로 평가했으며, 이더리움의 경쟁력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는 △프로그래머빌리티 △탈중앙화 △생태계의 깊이 △적응 가능성 등 네 가지를 꼽았다.
특히 JP모건은 이더리움이 탈중앙화 금융뿐 아니라 스테이블코인과 대체불가능토큰(NFT), 토큰화 자산 등을 아우르는 대규모 온체인 생태계를 지원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더리움을 단순히 투자 대상으로만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다.
JP모건은 이더리움이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자산의 주요 네트워크이며, 이들 자산이 결제와 정산, 실물자산의 디지털 표현 등에 점차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ETH 역시 고유한 활용성을 지닌다. 대표적으로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거래 수수료로서 사용되거나 지분증명(PoS) 방식의 네트워크 보안에 참여하는 검증인에게 보상으로 지급된다.
결국 이더리움 생태계에서 금융·결제·토큰화 활동이 확대될수록 해당 네트워크를 작동시키는 핵심 자산인 ETH의 역할도 함께 주목 받을 수 있는 구조다.
JP모건, ‘포트폴리오 자산’ 관점에서도 접근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ETH를 직접 보유하거나 상장지수상품(ETP)을 이용하는 방식을 들었다. 직접 보유할 경우 디지털 지갑과 개인키, 커스터디 등을 관리해야 하는 반면, 상장 상품은 상대적으로 간편하게 투자할 수 있지만 이더리움 네트워크와 직접 상호작용하는 데는 제한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트폴리오 관점에서는 이더리움을 △웹3 및 금융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는 블록체인 기술 인프라의 성장에 대한 익스포저 △대체투자 또는 기회추구형 자산 배분의 일부 △서로 다른 네트워크 구조와 활용 사례를 가진 다른 디지털자산을 보완하는 자산 등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다만 투자자의 목적과 투자 기간, 위험 감내 수준, 유동성 필요성 등에 따라 이더리움에의 적절한 포트폴리오 비중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JP모건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ETH의 가격을 전망하는 대신 이더리움의 네트워크 기능과 금융 인프라로서의 활용 가능성을 집중 조명했다. 이는 전통 금융권에서 디지털자산을 바라보는 관점이 단순한 가격 상승·하락이나 투기적 자산이라는 프레임을 넘어 블록체인 기반 금융 인프라의 기능과 활용도를 평가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향후 이더리움은 자산인 ETH 가격뿐 아니라 얼마나 많은 금융 활동과 자산을 네트워크 위에 끌어들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그 경쟁력을 평가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스테이블코인과 실물자산 토큰화(RWA), 온체인 결제·정산 등 블록체인 활용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JP모건은 “이더리움의 프로그래머블한 설계와 광범위한 생태계는 자산 전송에만 초점을 맞춘 다른 블록체인과 이더리움을 구별하는 요소”라며 “이런 기본적인 특성을 이해하는 것은 투자자가 변화하는 디지털자산 환경에서 이더리움의 잠재적 역할을 보다 신중하게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JP모건, ETH와 이더리움에 다른 접근법 제시
시장에서는 불과 두 달 전 JP모건이 ETH 투자을 회의적으로 봤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JP모건은 지난 5월 보고서에서 이더리움과 알트코인이 비트코인의 상승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당시 분석팀은 기관투자자의 자금이 비트코인에 상대적으로 집중되고 있으며, 이더리움의 네트워크 활성도와 실질적인 활용 사례가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는 한 그 격차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더리움의 확장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 업그레이드가 반드시 ETH의 가치 상승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레이어2(L2)의 거래 비용을 낮추는 과정에서 이더리움 메인넷의 수수료 수입과 ETH 소각량이 감소하면서 오히려 ETH의 가격 지지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이렇듯 ETH 자산 자체에는 보수적으로 접근한 JP모건이지만, 이더리움이라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기능과 활용 사례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즉, JP모건은 ‘ETH라는 투자자산’과 ‘이더리움이라는 금융 인프라’에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이더리움 생태계의 기술·금융적 활용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네트워크 성장이 곧바로 ETH 가격 상승이나 비트코인 대비 투자 성과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문제로 보고 있는 셈이다.
한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ETH는 전일 대비 2.76% 하락한 1872달러를 나타냈다.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던 지난해 8월 가격(4953달러) 대비 약 62.20% 정도 하락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