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ETF 규제 후 거래대금 90% 줄었다”…반도체·해외 상품으로 ‘풍선효과’
[디지털데일리 강기훈기자]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규제를 강화한 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거래대금이 최대치 대비 약 9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과열된 투자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는 나타났지만, 자금이 반도체 섹터 레버리지 ETF나 해외 상장 상품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7일 한국투자증권 자산배분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련 대표 레버리지 ETF의 순자산총액(AUM)은 각각 1조6000억원, 2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고치와 비교하면 각각 45%, 42% 수준이다.
거래대금 감소폭은 더 컸다. 삼성전자 레버리지 ETF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2000억원,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는 400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최대 거래대금과 비교하면 약 90% 감소한 규모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31일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에 필요한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현금 3000만원으로 높였다. 기본예탁금을 계산할 때 주식과 ETF, 채권 등 대용증권을 인정하던 방식도 폐지하고 현금만 인정하도록 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키운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진입 장벽을 높여 과도한 투기 수요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실제 최근 증시 조정 과정에서는 레버리지·인버스 ETF의 리밸런싱 물량도 크게 불어났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5월 27일부터 6월 30일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레버리지·인버스 ETF의 리밸런싱에 따른 순매수 규모는 각각 3000억원, 2조1000억원이었다.
반면 7월 1~30일에는 삼성전자 관련 상품이 4조2000억원, SK하이닉스 관련 상품이 10조2000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특히 코스피200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시가총액 비중이 55%까지 높아진 상황에서 관련 레버리지 ETF의 대규모 리밸런싱이 현물과 선물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규제 이후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는 눈에 띄게 줄었지만 투자 수요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개별종목 상품 대신 반도체 업종 전체에 투자하는 섹터 레버리지 ETF의 거래대금은 오히려 늘었다.
국내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해외 상장 레버리지 ETF로 자금이 이동하는 흐름도 나타났다. 홍콩에 상장된 ‘CSOP SK하이닉스 Daily (2x) Leveraged ETF’는 글로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기초자산 가격 하락으로 AUM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ETF 좌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가격 하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본 투자자들이 해외 상품을 통해 레버리지 투자를 이어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정현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SK하이닉스 주가 급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한 글로벌 투자자와 국내 투자자의 대체 수요가 해외 상품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정 연구원은 “규제 시행 초기라 효과를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증시 조정에 따른 AUM 축소와 맞물려 거래대금과 리밸런싱 수요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내 규제만으로 풍선효과나 반도체 사이클에 투자하려는 글로벌 수요를 제어하기는 쉽지 않다”며 “장기적인 규제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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