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 규제를 대폭 강화했지만, 여전히 고난도 상품 판매의 대부분이 은행 창구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녹취 의무와 숙려제도, 적합성 원칙 강화 등 각종 소비자 보호장치가 도입됐음에도 지난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가 발생하면서 규제의 실효성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한국자본시장연구원의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의 불완전 판매와 금융소비자보호’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홍콩 H지수 ELS 판매잔액은 18조8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은행 판매분은 15조4000억원으로 전체의 81.9%를 차지했다. 증권사를 통한 판매는 18.1%에 그쳤다.

대규모 손실도 현실화됐다. 2025년 2월 기준 손실이 확정된 계좌는 약 17만건이며, 원금 10조4000억원 가운데 약 4조6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DLF 사태 이후 판매 절차를 강화했지만, 고난도 상품이 여전히 은행을 중심으로 판매되는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금융당국은 DLF 사태 이후 최대 원금손실 가능성이 20%를 넘는 상품을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으로 지정하고 일반투자자에게 판매할 경우 판매 전 과정 녹취, 2영업일 이상의 숙려기간, 적합성·적정성 원칙 강화 등을 의무화했다. 특히 투자자의 투자성향과 상품 위험도를 충분히 비교·설명하도록 제도를 손질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실제 판매 현장에서는 제도의 취지가 충분히 구현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일부 판매 과정에서는 투자자의 투자성향 답변을 유도해 위험등급을 상향 조정하거나, 대면으로 권유한 뒤 비대면 계약으로 전환해 녹취 의무를 사실상 회피한 사례가 확인됐다. 또 녹인(Knock-in) 구조와 원금 손실 가능성 등 핵심 위험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사례도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후속 대책으로 적합성 평가에 활용하는 필수 정보를 보완하고, 설명서 첫 페이지에 손실 가능성과 투자 부적합 대상 등을 우선 안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판매 전 과정 녹취를 확대하고, 투자성향 답변 유도나 대면 권유 후 비대면 계약 전환 등을 부당권유행위로 명확히 규정하는 제도 개선도 검토 중이다.

보고서는 “표준 설명서 도입만으로는 불완전판매를 막기 어렵다”며 “투자자가 상품 구조와 위험을 실제로 이해했는지를 확인하는 판매 문화와 내부통제 체계가 함께 개선돼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