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이정화 기자]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디지털자산과 인공지능(AI), 예측 시장을 둘러싼 규제 논의를 본격화한다. 디지털자산 시장구조 법안의 의회 처리가 지연되는 가운데 신흥 금융상품과 기술에 대한 규제 방향을 모색할 전망이다.

13일(현지시각) CFTC에 따르면 혁신 자문위원회(IAC)는 오는 20일 워싱턴에서 첫 회의를 개최한다. 위원들은 현장에 참석하며 일반인은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회의를 시청할 수 있다. CFTC는 회의에서 다룬 사안에 대한 대중 의견도 오는 27일까지 접수한다.

마이클 S. 셀리그 CFTC 위원장은 이번 회의에서 신흥 기술과 금융상품이 시장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새로운 금융 영역을 개척할지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디지털자산 규제 불확실성 해소 논의

핵심 의제는 디지털자산 규제다. 위원회는 시장의 규제 불확실성을 줄이고 보다 명확한 규제 체계를 마련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시장 건전성과 투자자 보호를 확보하는 것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다만 미국 의회에서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점이 변수다. 시장구조 법제화가 늦어지면서 CFTC 차원에서 현행 권한을 토대로 규제 방향을 구체화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에서는 디지털자산의 증권·상품 분류와 이에 따른 규제기관의 관할 범위가 핵심 쟁점으로 꼽혀왔다. 향후 관련 법안이 확정되면 CFTC가 디지털자산 현물시장 감독에서 담당하는 역할도 보다 명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시장 파고든 AI…‘에이전트 금융’도 검토

AI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 CFTC는 이미 등록 자료 검토와 거래 데이터 분석 등 내부 업무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금융회사와 시장 인프라 전반으로 AI 활용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점검한다.

파생상품 시장에서의 AI 활용과 ‘에이전트 금융(Agentic Finance)’의 확산이 주요 논의 대상이다. 에이전트 금융은 AI가 사람을 대신해 정보를 분석하고 거래나 결제 등 금융 활동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형태를 뜻한다.

AI가 활용하는 데이터의 품질과 알고리즘 편향 문제도 다룰 예정이다. 여러 AI 시스템이 금융시장 안에서 서로 연결될 경우 특정 오류나 충격이 빠르게 확산해 시스템 위험으로 번질 가능성도 검토 대상에 포함된다.

급성장한 예측 시장…규제 관할권도 쟁점

예측 시장을 둘러싼 규제 문제도 논의한다. 예측 시장은 정치·경제·스포츠 등 특정 사건의 결과에 자금을 걸고 거래하는 시장으로 최근 미국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 확대와 함께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 규제 관할권을 둘러싼 갈등도 커지고 있다. 특히 스포츠 관련 이벤트 계약이 확산하면서 기존 스포츠 베팅과 금융상품의 경계를 어디에 설정할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미국프로풋볼(NFL) 등 주요 스포츠 단체에서도 관련 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혁신 자문위원회는 예측 시장의 성장 배경과 기술 구조를 살펴보고 혁신과 이용자 보호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규제 체계를 검토할 방침이다.

이번 회의는 셀리그 위원장 체제에서 CFTC가 디지털자산과 AI를 비롯한 신흥 금융시장에 어떤 규제 원칙을 적용할지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회의 이후 나오는 위원회의 권고와 오는 27일까지 접수되는 시장 의견은 향후 CFTC 정책 수립 과정에 활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