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을 보유한 2인 가구 중 절반은 두 명 이상의 가구원이 동시에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사람이 대출받은 뒤 한 달 안에 다른 가족이 추가로 대출받은 가구도 절반에 가까웠다. 개인별 대출만 살펴보면 가족에게 나뉜 빚과 저소득 가구의 실제 상환 부담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지난 7일 공개한 ‘가구DB를 이용한 가계부채 리스크 평가’에서 대출을 보유한 2인 가구 중 두 명 이상이 동시에 대출을 보유한 비율은 49.8%였다. 3인 가구에서는 이 비율이 66.2%까지 올라갔다.

대출받은 시점도 다수 맞물려 있었다. 가구원이 대출을 보유한 2인 가구의 46.5%에서는 한 사람이 대출받은 뒤 한 달 이내에 다른 가구원도 추가로 대출받았다. 연구진은 가족 구성원들이 같은 목적으로 필요한 자금을 나눠 마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신용정보에 등록된 주소지를 기준으로 같은 가구에 속한 구성원을 식별했다. 이를 바탕으로 206만 가구의 부채와 자산, 소득, 지출 정보를 매월 추적할 수 있는 가구DB를 구축했다. 분석 대상은 전체 가구 모집단의 9.2%에 해당한다.

개인 명의의 대출만 볼 때와 가족 전체의 빚을 합쳐 볼 때 부채 부담은 다르게 나타났다. 대출 보유자의 연 소득 대비 대출액(LTI)은 개인 기준으로 평균 2.1배였지만 가구 기준으로 계산하면 1.5배로 낮아졌다. 배우자 등 다른 가구원의 소득까지 함께 계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소득층은 반대였다. 소득 하위 40%에 해당하는 1·2분위는 가구원들의 대출과 소득·자산을 모두 합쳐 계산하자 LTI와 주택 자산에 견준 대출 규모(LTV)가 개인 기준보다 높아졌다. 가족의 빚을 한데 모아 보니 개인별 통계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부담이 나타난 것이다.

고소득층은 가구 단위로 계산했을 때 부채 부담이 오히려 줄었다. 다른 가구원의 소득과 자산까지 더해지면서 빚을 갚을 수 있는 여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개인만 보면 고소득 차주의 대출이 많아 보이지만, 가족 전체를 기준으로 하면 저소득 가구의 부채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의미다.

가구주가 대출을 연체하면 다른 가구원이 연체할 가능성도 커졌다. 지난해 12월 전체 대출의 연체율은 금액 기준 1.1%였지만 가구주가 연체한 경우 다른 가구원의 연체율은 11.1%에 달했다.

가구원의 신용점수도 가구주가 연체하기 약 6개월 전부터 빠르게 하락했다. 가구주가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기 전부터 다른 가족의 신용 상태도 함께 나빠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개인의 대출만 살펴서는 가구가 실제로 짊어진 부담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인의 신용 상태는 양호해 보여도 다른 가족의 대출과 소득을 함께 계산하면 가구 전체의 부채 위험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저소득층은 개인 기준으로만 분석할 경우 실제 빚 부담이 작게 보일 수 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대출자가 1년 동안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를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현재 DSR은 원칙적으로 대출을 받는 사람의 소득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배우자 소득을 합치면 배우자의 금융부채도 함께 반영하지만 부부가 각자의 소득을 기준으로 따로 대출받으면 가구 전체의 상환 부담이 한꺼번에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장훈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금융통화연구실 과장은 “기존 차주 단위 분석과 함께 가구 단위 정보도 보완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가구 전체의 재무 여건과 가구원 간 위험 연계성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