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서학개미들의 투자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안전자산으로 일부 자금을 피신시키면서도 성장주와 레버리지 ETF를 함께 사들이는 ‘양면 전략’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12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이달 들어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주식은 ‘아이셰어즈 0-3개월 미국 국채 ETF(SGOV)’로, 순매수결제금액은 1억2982만달러(약 1745억9491만 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아이온큐가 9386만달러로 2위를 차지했고 알파벳A(7326만달러), 뱅가드 S&P500 ETF(VOO·7148만달러), 슈왑 US 디비던드 에쿼티 ETF(SCHD·6995만달러)가 뒤를 이었다.

특히 국내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엔비디아가 아닌 초단기 미국채 ETF가 순매수 1위에 올랐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눈길을 끈다.

SGOV는 만기가 3개월 이하인 미국 재무부 단기국채에 투자하는 ETF다. 주식에 비해 가격 변동성이 낮은 데다 단기 국채에서 나오는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달러 자금을 잠시 보관하는 이른바 ‘파킹형 ETF’로 활용된다.

최근 미국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부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비중을 조절하고 대기자금을 초단기채에 옮긴 것으로 풀이된다.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부각된 데다 미국 장기 국채금리의 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미국 배당주 ETF인 SCHD가 약 6995만달러로 5위를 기록했고, 나스닥100 종목에 투자하면서 옵션 전략으로 인컴을 추구하는 ‘JP모건 나스닥 에쿼티 프리미엄 인컴 ETF(JEPQ)’도 약 5217만달러로 8위에 올랐다.

S&P500에 분산 투자하는 ETF도 대거 사들였다. VOO가 7148만달러로 4위에 오른 데 이어 SPDR 포트폴리오 S&P500 ETF(SPLG)가 2588만달러로 17위, SPDR S&P500 ETF 트러스트(SPY)가 896만달러로 36위를 기록했다.

그렇다고 서학개미들이 미국 주식시장에서 완전히 발을 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초단기채로 방어막을 치는 동시에 기술·성장주에는 여전히 적극적으로 베팅하는 모습이 관찰된다.

이달 들어 아이온큐와 알파벳에 이어 브로드컴(6522만달러)과 메타(5409만달러)가 각각 순매수 6위와 7위를 차지했다. 반도체주의 하루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ETF(SOXL)에도 4124만달러가 몰려 전체 10위에 올랐다. 나스닥100지수 하루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 QQQ(QLD) 역시 3565만달러로 13위를 기록했다.

서학개미의 순매수 상위권에는 기술주뿐 아니라 에너지 섹터 ETF도 등장했다. 에너지 셀렉트 섹터 SPDR ETF(XLE)는 이달 들어 1521만달러 순매수돼 전체 25위에 올랐다.

이는 최근 미국 증시가 조정을 받는 와중에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반등 기대가 살아 있는 점이 ‘바벨 전략’ 수요를 부추긴 영향으로 풀이된다. 바벨 전략은 상반된 성격의 자산에 동시에 투자해 위험을 분산하는 투자 전략이다.

신승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와 에너지 섹터의 바벨전략이 유효할 수 있지만, 밸류체인별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지정학적 위험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에너지 업종은 위험회피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고유가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증권가에선 최근 서학개미의 투자 행태는 미국 증시에서 이탈하기보다는 위험을 분산하면서 반등 가능성에도 베팅하는 전략에 가깝단 평이 나온다. 초단기 미국채와 배당·인컴형 ETF로 변동성에 대비하는 동시에 기술·성장주와 레버리지 ETF를 사들이며 상승 가능성도 놓치지 않는 모습이다.

원유승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와 2027년 미국채 장기금리는 높은 변동성 속에서 상방 압력이 우위를 보일 것”이라며 “장기금리가 일시적으로 하락하더라도 추세 전환으로 보기보다 듀레이션을 줄이는 기회로 활용하는 전략이 적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