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 유조선을, 이란은 미국 군함을 겨냥한 공격을 반복하면서 장기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미국이 이란의 돈줄을 죄는 경제 전쟁으로 전환했지만 군사 공격 옵션도 여전히 가동하면서 이미 발발 6개월이 넘은 이란 전쟁을 끝없는 미궁으로 몰아넣는 모양새다.

5일(현지시간) 미국 중부사령부는 이란 유조선 3척을 타격했다. 앞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미국 군함 2척을 공격한 것에 대한 보복이다. 중부사령부는 이란 하르그섬 인근에 있던 유조선 다우니호와 자스크 지역 근처의 스타크 1호를 무력화했다고 설명했다. 또 오만만에서 원유가 실려 있지 않던 유조선 카일로호도 완전히 파괴했다고 밝혔다. 브래드 쿠퍼 중부사령부 사령관은 “우리 선박 2척을 공격하면 3척을 타격해 더 큰 경제적 대가를 부과하는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이란의 원유 수송 선단을 파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곧바로 이란은 미군 항공모함 1척과 구축함 1척에 대한 탄도미사일 공격으로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미국 정권의 침략적이고 적대적 행위가 계속된다면 이란 군대의 괴멸적 대응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군 통합지휘 본부는 성명을 통해 “역내 미군 함정에 대한 공격을 이전보다 강화할 것”이라며 “공세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과 이란 간 전선이 펼쳐진 호르무즈 해협에서 양측간 보복에 보복을 거듭하는 군사 공격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전날 미국은 이란에 대한 경제 작전의 일환으로 이집트에 이어 튀르키예 은행을 제재하기도 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에 따르면 튀르키예 기반 금융사인 ‘골든 글로벌 은행’과 자회사들은 IRGC의 최정예인 쿠드스군을 위해 수천만 달러 규모의 거래를 지원했다.

한술 더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이란의 지하 핵시설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곡괭이산’을 곧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은 핵무기를 갖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는 곧 곡괭이산을 타격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란과 전쟁에 대해 “우리는 군사적 충돌로 부른다”며 “그건 우리에게 별것 아닌 사소한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상호 보복전 양상에 대해 그는 “우리는 간헐적으로 이란을 공격한다”며 “우리는 지금 싸우고 있는 게 아니다. 전투가 없다”고 강조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쟁의 파장을 최대한 억눌러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이란을 완전히 굴복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공격을 이어가며 사실상 장기전을 방치하는 모습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런 전쟁 양상에 대해 미국 정보 당국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란이 패배하지 않으면서 군사력에 대한 자신감을 키웠고 장기전에도 맞설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이 미국의 11월 중간선거까지 전쟁을 끌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키우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시 고트하이머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란은 현재 자신들이 최대한의 협상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들 입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계속 압박하지 않을 이유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전황이 이란에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봉쇄 초기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이 거의 마비됐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우회로가 생겨났고 유가가 높아졌지만 세계 경제가 이에 적응하게 됐다는 것이다.

사미르 마다니 탱커트래커스닷컴 창립자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미군의 해상 통제보다 구멍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이 업체에 따르면 지난 4주간 하루 평균 약 500만배럴의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갔다.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 등 해협 바깥쪽 항구를 통해서도 하루 250만배럴이 출하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이란 전쟁 전 원유 수출량의 40% 수준이다. 오히려 미국 해군의 해상 봉쇄로 이란은 지난 7월 해운을 통한 원유 수출이 사실상 중단돼 경제 사정이 크게 악화됐다는 것이다.

전쟁 영향으로 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미국의 노동절 연휴 휘발유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가격추적업체 ‘개스버디’의 패트릭 드한 애널리스트는 7일 노동절 미국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03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종전 노동절 연휴 최고치인 2012년(갤런당 3.83달러)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개스버디에 따르면 지난 3일 미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약 4.13달러로, 지난해보다 거의 1달러 높았다. 자동차 이동이 크게 늘어나는 노동절 연휴를 앞두고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웃돌면서 가계의 여행·소비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간선거를 두 달 앞두고 휘발유 가격 고공행진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도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