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필립모리스가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에 이어 액상형 전자담배 ‘비브(VEEV)’를 국내에 선보이며 비연소 제품 중심의 사업 전환에 속도를 낸다. 글로벌 시장에서 비연소 제품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는 가운데 궐련형·액상형·구강용 니코틴 제품 등으로 제품군을 다변화해 성인 흡연자들의 선택지를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지난 19일 아이코스스토어 가로수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멀티 카테고리’ 전략의 일환으로 비브의 국내 출시를 알렸다.
이날 간담회 장소로 아이코스 직영 매장을 선택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회사 측은 화려한 행사장 대신 실제 소비자와 만나는 매장에서 제품을 소개하는 것이 비브가 지향하는 ‘책임 있는 고객 접점’을 보여주는 데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PMI는 일반 담배에서 비연소 제품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는 데 상당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2008년 이후 비연소 제품 개발에 160억달러(약 22조5000억원) 이상을 투자했으며, 2025년 기준 전체 연구개발(R&D) 비용의 99.7%를 비연소 제품에 집중했다. 2026년 2분기 기준 비연소 제품은 전 세계 109개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전체 순매출의 약 42%를 차지한다. PMI는 2030년까지 전체 순매출의 3분의 2 이상을 비연소 제품에서 창출한다는 목표다.
한국에서도 아이코스에 이어 비브를 추가하면서 이 같은 사업 전환 전략을 구체화하는 모습이다. 한국필립모리스는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와 액상형 전자담배 비브를 비롯해 PMI가 해외에서 판매하는 니코틴 파우치 등을 통해 소비자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키는 멀티 카테고리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비브의 국내 출시는 당초 계획보다 늦어졌다. 당초 6월 출시가 예정됐지만 8월로 미뤄졌다. 출시 연기와 관련해 한국필립모리스는 제품 자체의 안전성 문제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안전성의 문제는 아니었다”며 “그 기간에 유통망이나 이런 것들을 다 함께 다시 점검하는 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비브를 내놓으면서 강조한 키워드는 ‘책임’이다.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오픈형 제품을 통해 사용자가 액상을 직접 혼합하거나 주입하는 방식과 달리, 비브는 폐쇄형 포드 시스템을 적용했다. 천연 니코틴과 식품 등급 향료 등 검증된 원료를 사용하고 충전식 기기와 교체형 포드를 적용한 것도 책임 있는 제품 설계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비브의 구체적인 판매 목표나 시장점유율 목표는 공개하지 않았다. 출시 초기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판매량을 확보하겠다는 구체적인 숫자보다는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데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입장이다. 한국필립모리스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목표 숫자를 갖고 있지만 공개하기 어렵다면서 “가장 많은 성인 소비자들이 비연소 제품을 선택할 때 아이코스나 비브를 고려해 주시면 좋지 않을까”라며 “그분들에게 많은 인지도를 높이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기존 아이코스와의 고객 잠식 가능성도 회사가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비브가 아이코스 이용자의 일부를 흡수할 가능성이 있더라도 결국 같은 비연소 제품군 안에서 소비자의 선택이 다양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에 대한 한국필립모리스의 기대감도 엿보였다. 회사 측은 유럽 시장에서 액상형 전자담배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으며 비브 역시 유럽 폐쇄형 포드 시장에서 선두 브랜드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시장에서도 그동안 관련 제품의 법적·제도적 기반이 충분하지 않았지만 제도화가 진행되면서 액상형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소비자의 취향을 고려한 제품 구성도 강조했다. 비브 전용 액상 포드는 5가지 맛으로 먼저 출시된다. 제품 담당자는 글로벌 포트폴리오 가운데 한국 소비자의 취향과 회사가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선 출시할 제품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시장 반응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계획이다.
비브는 제품 자체의 사용 편의성도 강화했다. ‘어드밴스 인덕션 시스템’을 적용해 액상과 가열체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균일한 가열을 구현했으며, 액상 부족을 감지해 가열을 중단하는 기능과 흡입 시 진동으로 기기 상태를 알려주는 기능 등을 탑재했다. 전용 포드인 비비 인프라임은 2㎖ 기준 약 1400회 흡입이 가능하며 가격은 8000원이다.
기기 가격은 2만9000원으로 책정됐다. 출시 초기에는 아이코스 직영 매장에서 1만원, 26일부터 판매가 확대되는 편의점에서는 1만5000원에 구매할 수 있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회사는 26일부터 전국 약 1만4000개 편의점과 일부 베이프숍 등으로 판매 채널을 확대할 예정이다.
한국필립모리스는 비연소 제품 확대를 추진하면서도 일반 담배 판매를 당장 중단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일반 담배 판매를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묻는 질문에 회사 측은 경쟁사가 일반 담배를 판매하는 상황에서 자사만 판매를 중단한다고 해서 일반 담배 자체가 시장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논리를 제시했다.
회사 관계자는 “경쟁사가 일반 담배를 계속 파는 한 저희의 비전은 늦춰질 수밖에 없다”며 일반 담배 판매를 통해 확보한 기반을 바탕으로 소비자를 비연소 제품으로 전환시키는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