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정부연기금(GPFG)이 보유한 한국 주식 가치가 올 상반기에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국은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국가별 주식 투자 비중에서도 4위로 올라섰다.
13일 노르웨이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관리청(NBIM)에 따르면 한국 주식 보유가치(현물주식 기준)는 지난해 말 276억달러(약 39조원)에서 올해 6월 말 570억달러(약 80조원)로 106% 증가했다. 한국 기업 주식 보유 종목 수도 411개에서 421개로 늘었다.
한국 주식 보유가치 급증에 가장 크게 기여한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였다. 삼성전자 보유 평가액은 지난해 말 92억8000만달러(약 13조1000억원)에서 225억1000만달러(약 31조9000억원)로 2배 이상 늘었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48억8000만달러(약 6조9000억원)에서 175억9000만달러(약 24조9000억원)로 3배 넘게 불어났다. 두 회사의 합산 평가액은 141억6000만달러(약 20조1000억원)에서 401억달러(약 56조8000억원)로 2.8배가 됐다. 불어난 금액만 259억4000만달러(약 36조7000억원)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추가로 사들이지는 않았다. 삼성전자 지분율은 1.94%에서 1.88%, SK하이닉스는 1.48%에서 1.44%로 오히려 소폭 낮아졌다. 일부 차익 실현에도 주가 상승 폭이 컸던 탓에 평가액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글로벌 상위 30개 투자 종목 중 각각 8위와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작년 말에는 삼성전자가 15위였고 SK하이닉스는 30위 안에 들지도 못했다.
NBIM도 ‘삼전닉스’ 외에 엔비디아, TSMC, 인텔 등 반도체 관련 주식이 국부펀드의 수익률을 끌어올린 핵심 배경임을 설명했다. 운용자산이 2조4000억달러(약 3400조원)에 육박하는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올해 상반기 9.4%의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반기 기준 역대 최대인 1849억달러(약 260조원)의 순익을 올렸다.
니콜라이 탕겐 NBIM 최고경영자(CEO)는 “국부펀드의 이번 실적은 주식시장의 양호한 수익률, 특히 아시아 기술주의 강세에 힘입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포트폴리오 내 성과가 가장 좋았던 주식을 보여주는 차트 앞에 서서 “칩, 칩, 칩, 칩”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한국 증시 랠리와 함께 글로벌 포트폴리오 내 한국의 위상도 크게 높아졌다. 노르웨이 국부펀드에서 차지하는 한국 익스포저(현물주식·현금·파생상품 포함) 비중은 4.1%를 기록하며 미국(52.9%), 일본(6.8%), 영국(4.4%)에 이어 4위로 껑충 뛰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주식 보유가치가 낮아 국가별 자산배분표에 개별 국가명으로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한 것이다.
다만 뜨거워진 한국 시장에서도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종목별 선택이 엇갈려 국내 주식 평가액 상위 종목에 변화가 컸다. 지난해 말 순위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SK스퀘어, KB금융, 현대차, 네이버, 신한금융 순이었다.
하지만 올해 6월 말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SK스퀘어가 1~3위를 유지한 가운데 삼성전기가 4위로 급부상했고 KB금융·현대차·하나금융이 뒤를 이었다. 특히 삼성전기는 평가액이 3021만달러에서 13억3670만달러로 약 44배 뛰었다. 보유 지분율도 0.23%에서 1.28%로 높아져 주가 상승뿐 아니라 국부펀드의 대규모 추가 매수가 평가액 증가를 이끌었다.
상반기에 투자포트폴리오에 새로 편입된 기업은 BGF, CJ프레시웨이, 제주반도체, 원익홀딩스 등 35개였으며 제외된 곳은 LIG넥스원, 롯데지주, 동원산업, 현대홈쇼핑, 데브시스터즈 등 25개였다. 보유지분율이 증가한 곳과 감소한 업체 수는 각각 147개, 151개였다.
SK스퀘어 지분율은 지난해 말 3.05%에서 올해 6월 말 1.30%로 1.75%포인트 낮아졌다. 주식을 상당 부분 처분했는데도 주가 급등 덕분에 평가액은 약 10억3000만달러(약 1조5000억원)에서 18억8000만달러(약 2조7000억원)로 오히려 늘었다. 방산 대표주 LIG넥스원에서는 아예 발을 뺐다. 지난해 말 지분 0.93%를 보유했지만 올 6월 말 보유목록에서는 사라졌다.
보유지분율 증가폭이 가장 큰 종목은 네오위즈(2.93%→5.47%)였고 서부T&D(1.89%→4.20%), CJ(주)(1.14%→3.38%), 롯데관광개발(0.02%→2.24%), 유니드(1.18%→3.36%)가 뒤를 이었다. 반면 CJ ENM(2.18%→0.06%)의 지분율 감소폭이 가장 컸으며 SK스퀘어(3.05%→1.30%), KCC글라스(1.61%→사실상 0%), 동진쎄미켐(1.71%→0.12%), PSK(3.27%→1.76%)도 지분을 크게 줄였다.
NBIM은 개별 종목의 매수·매도 이유를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NBIM은 전체적으로 시장 익스포저와 개별 종목 선별, 자산배분 전략을 함께 운용하며 개별 투자 결정은 포트폴리오 매니저에게 위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