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뉴욕 금융시장에서 10일(현지시각) 미 국채금리와 달러가 동반 상승했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는 약화됐지만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부각됐다. 시장의 시선은 이번 주 예정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금 시장은 오히려 강세를 이어갔다. 중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와 미국 물가 지표를 앞둔 경계감이 맞물리면서 금 가격은 9주 만의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달러-원 환율도 원화 약세 방향으로 움직였다. 중동 불확실성에 따른 유가 상승이 원유 수입국인 한국의 물가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원화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 10년물 4.705%…유가 급등이 채권시장 다시 압박
미 국채금리는 이날 상승했다. 트레이딩뷰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705%로 전일보다 0.056%포인트 상승했다. CNBC에 따르면 30년물 금리는 4bp 이상 오른 5.251%를 기록했고 2년물 금리도 3bp 넘게 상승해 4.241% 수준에 거래됐다.
채권금리 상승의 직접적인 배경은 국제유가였다.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가능성이 다시 불투명해졌고 유가는 급등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약 5.1% 오른 배럴당 82.13달러에 마감됐고 브렌트유도 5% 상승한 87.72달러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이란과 “반쯤 협상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후 미국과 이란이 보상 문제를 둘러싸고 상반된 요구를 내놓으면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기대가 약화됐다.
유가 상승은 채권시장에 다시 물가 경계감을 불러왔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 7월 비농업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보다 크게 부진하면서 연준의 단기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은 다소 낮아졌지만 에너지 가격 반등이 물가 둔화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CME 페드워치 기준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약 52%로 한 주 전 67%에서 낮아졌다. 도이체방크는 약한 고용지표가 단기적으로 추가 긴축의 시급성을 낮췄다고 평가했다. 다만 오는 12일 발표되는 7월 CPI가 다시 높은 물가 압력을 보여줄 경우 9월 금리 전망은 다시 바뀔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어지는 13일 PPI와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그리고 14일 7월 소매판매와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도 주목하고 있다. 특히 CPI가 연준의 9월 정책 기대를 가르는 핵심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달러지수 99.495…고용 부진에도 유가 상승이 달러 지지
달러도 상승했다. 트레이딩뷰 기준 미국 달러지수는 99.495로 0.154포인트 또는 0.16% 올랐다.
지난주 부진한 고용지표는 일반적으로 달러 약세 요인이지만 이날은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경계가 달러를 지지했다. 시장은 고용 둔화로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춰 잡으면서도 물가가 다시 반등할 경우 긴축 기대가 재차 강해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애덤 버튼 인베스팅라이브 수석 외환 애널리스트는 9월 금리 인상이 한때 상당히 유력해 보였지만 부진한 고용지표와 과거 수치의 대폭 하향 수정이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TD증권은 최근 이어진 달러 약세 재료로 새로운 달러 하락 추세가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진단하면서도 물가가 충분히 둔화돼 시장이 단기 금리 인상 가능성을 더 낮추기 전까지는 달러가 주요 10개국 통화 대비 일정 수준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통화 가운데 일본 엔화 약세가 두드러졌다. 엔화는 달러당 159.14엔으로 0.84% 하락해 거의 5개월 만에 가장 큰 일일 낙폭을 기록할 흐름을 보였다. 다만 지난달 기록한 164엔 부근의 수십 년 내 최저 수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강한 편이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에서는 투기적 엔화 순매도 포지션이 8월4일까지 한 주 동안 88억6500만달러 감소한 36억4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절대 규모 기준으로 2014년 3월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반대로 달러 순매수 포지션은 2022년 12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늘었다.
유로는 0.13% 내린 1.1542달러를 기록했고 호주달러는 호주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을 앞두고 0.16% 하락한 0.7056달러에 거래됐다.
달러-원 1417.67원…원화, 10개월 고점 부근서 후퇴
달러-원 환율은 1417.67원으로 10.22원 또는 0.73% 올랐다. 전일 종가는 1407.45원으로 표시됐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는 원화가 최근 10개월여 만의 강세 수준에서 소폭 후퇴했다고 설명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면서 유가가 상승한 점이 원화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한국은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국제유가 상승은 무역수지와 수입물가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원유와 에너지 가격이 오를 경우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원화에는 부정적인 요인이다.
다만 원화 약세를 제한하는 요인도 있다. 7월 한국 수출은 전년 대비 약 63% 증가한 988억9000만달러를 기록했고 반도체 수출은 179% 급증했다.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 역시 환율 상단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외환당국의 시장 안정 개입에 대한 경계도 원화의 추가 약세를 제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화는 최근 조정에도 여전히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강한 수준 부근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다.
향후 달러-원 환율은 미국 물가 지표와 연준의 금리 경로 그리고 국제유가 흐름의 영향을 동시에 받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CPI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 달러와 미 국채금리가 다시 상승하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물가 둔화가 확인될 경우 연준의 추가 긴축 기대가 더 약해지면서 달러-원 환율도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
금 4389.25달러…9주 최고권, 중국 매입·물가 대기 수요 유입
금 가격은 강세를 이어갔다. 온스당 4389.25달러로 47.73달러 또는 1.10% 상승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현물 금은 이날 오후 2시45분 기준 0.8% 오른 온스당 4376.56달러를 기록했고 장중에는 6월5일 이후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미국 금 선물은 0.5% 오른 4419.70달러에 거래됐다.
금 강세의 배경에는 기술적 상승 모멘텀과 안전자산 수요 그리고 중국 중앙은행의 매입이 함께 작용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7월 금 보유량을 확대했으며 매입 규모는 2023년 10월 이후 가장 컸다.
밥 하버콘 스톤X 수석 시장전략가는 현재 금의 기술적 모멘텀이 상당히 강하다며 중국의 매입과 이번 주 CPI·PPI 발표를 앞둔 경계감 그리고 금 가격이 다시 45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기대가 매수세를 자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물가 전망도 금 가격의 핵심 변수다. 로이터 전문가 전망에 따르면 미국 7월 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3.4%로 예상된다. 6월의 3.5%보다 소폭 둔화된 수준이다.
짐 위코프 아메리칸 골드익스체인지 시장 애널리스트는 물가가 다소 냉각되고 있고 시장도 지나치게 높은 인플레이션 수치를 예상하지 않는 만큼 금 가격이 단기적으로 횡보하거나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금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자산이기 때문에 금리 상승은 일반적으로 부담 요인이다. 현재 시장은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52%로 보고 있으며 12월 인상 가능성은 81%로 반영하고 있다. 결국 이번 주 CPI와 PPI가 금 가격의 추가 상승 여부를 결정할 핵심 변수다.
고용 둔화와 유가 급등 충돌…이번 주 CPI가 시장 방향 가를 듯
이날 뉴욕 금융시장의 핵심은 고용 둔화와 유가 급등이라는 상반된 재료가 동시에 작용했다는 점이다.
지난주 약한 고용지표는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를 낮췄다. 이에 따라 9월 인상 확률은 한 주 만에 67%에서 52%로 떨어졌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유가가 다시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부각됐고 미 국채금리와 달러는 상승했다.
금은 이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고용 둔화에 따른 긴축 기대 완화와 중국의 금 매입 그리고 물가 발표를 앞둔 안전자산 수요가 결합되며 9주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달러-원 환율 역시 유가 상승과 달러 강세에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1417원대로 상승했다.
향후 시장의 초점은 오는 12일 미국 CPI에 맞춰질 전망이다. 물가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 미 국채금리와 달러가 추가 상승할 수 있고 금에는 단기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물가 둔화가 확인되면 연준의 9월 금리 인상 기대가 더 낮아지면서 국채금리와 달러는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주 뉴욕 채권·외환·금 시장은 고용 둔화가 만든 긴축 완화 기대와 유가 상승이 만든 인플레이션 경계 사이에서 방향을 탐색하는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CPI와 PPI가 어느 쪽 신호에 힘을 실어주느냐가 미 국채금리와 달러 그리고 달러-원 환율과 금 가격의 다음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