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둘러싸고 불만과 우려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부담 증가에 반대하는 목소리부터 육아·가족 돌봄 등으로 실제 거주하지 못하는 경우를 실거주 예외로 인정해달라는 요구까지 다양하다.
9일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에 따르면 재정경제부가 지난 4일 입법예고한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에는 8일 오후 6시 기준 총 2057건의 입법 의견이 접수됐다.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장기거주 소득공제로 전환하고 거주 공제 한도를 2029년까지 10억원으로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에도 1400건이 넘는 의견이 제시됐다.
대부분은 종부세 부담을 높이는 개편안에 반대하는 내용이지만, 제도 설계 과정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도 잇따르고 있다.
정부안에 따르면 1주택자가 해당 주택에 1년 이상 계속 거주한 뒤 취학, 직장 변경·전근, 질병, 전학, 해외 체류, 부모 봉양 등 부득이한 사유로 다른 시·군으로 주거를 이전한 경우 해당 비거주 기간을 거주기간으로 인정한다. 인정 기간은 최장 3년이다.
하지만 입법 의견에는 여기에 육아·양육이나 가족 돌봄도 예외 사유로 포함해달라는 요구가 잇따랐다.
예를 들어 조부모가 손주를 돌보기 위해 자녀가 거주하는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본인 소유 주택이 비는 경우 등을 실거주 예외로 인정해달라는 취지다.
정부도 육아·양육에 따른 비거주 문제를 검토했지만, 예외를 폭넓게 인정할 경우 서울 등에서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서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이른바 갭투자 등 제도 악용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안은 재개발·재건축으로 취득한 신축주택의 경우 정비사업에 따른 공사 기간의 절반을 거주기간으로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주택법에 따른 리모델링 공사로 장기간 이주한 경우에도 재건축·재개발과 마찬가지로 거주기간 일부를 인정해달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비거주 예외 요건은 시행령 개정 사항인 만큼 정부는 입법예고 과정에서 제기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7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취학과 직장 변경, 질병, 전학, 해외 체류, 부모 봉양 외에도 불가피한 사유가 있다면 국민 입장에서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밝혔다.
구 부총리는 “내년도 법이 통과되고 나면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국민들 의견을 더 듣고 해서 최대한 신축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거주 인정 기간인 3년과 관련해서도 “불가피한 예외가 있으면 국민들 의견을 경청해 한 번 더 검토해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예외를 지나치게 넓힐 경우 제도를 악용하는 이른바 ‘꼼수’가 나올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액을 공시가격 기준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상향한다. 다만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에게 적용되는 각 9억원의 공제는 유지된다.
정부는 부부 공동명의로 거주하는 1주택자의 경우 최대 18억원까지 기본공제를 받을 수 있고, 과세표준도 나뉘어 계산되는 효과가 있어 거주 1주택자 기준으로 상당히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1세대 1주택자가 주택을 처분하거나 상속하는 시점까지 종부세 납부를 미룰 수 있는 소득요건은 총급여 기준 7000만원에서 8000만원 이하로, 종합소득 기준으로는 6000만원에서 7000만원 이하로 각각 1000만원씩 완화된다.
정부는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장기거주소득공제로 전환하고, 공제 한도를 2028년부터 20억원, 2029년부터 10억원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이에 기존 주택 보유자에게 새로운 공제 한도를 소급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밖에 다주택자 기준을 적용할 때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주택에 대해서도 별도의 고려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접수됐다.
정부는 이번 입법예고 과정에서 접수된 의견을 유형별로 분류해 검토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입법예고는 형식적인 절차가 아니라 좋은 의견이 나오면 실제 반영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오는 20일까지 입법예고가 진행된다. 이후 27일 차관회의와 9월 1일 국무회의를 거쳐 9월 3일 이전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