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를 땐 찔끔 오르고, 떨어질 땐 무섭게 떨어진다. 나만 이런 건가.”
주식 종목 토론방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이같은 투자자들의 고민이 단순한 기분 탓만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2일 매경AX가 한국거래소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 9월 개인 순매수 금액 상위 코스피 보통주 20개의 지난달 주가 흐름을 분석한 결과, 개인투자자가 많이 사들인 종목의 절반 이상에서 ‘반등 소외’가 관찰됐다. 반등 소외는 시장이 다시 오를 때 특정 종목은 그만큼 오르지 못하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이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개인 순매수 금액 상위 코스피 보통주 20개의 10월 1~30일 주가 흐름에서 11개 종목(55%)이 평균적으로 코스피가 오를 때는 덜 오르고 내릴 때는 더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코스피는 20거래일 가운데 8일 상승하고 12일 하락했다. 상승일의 일평균 등락률은 2.44%, 하락일은 -3.00%였다.
이 기간 반등 소외가 가장 두드러진 종목은 한화오션이었다. 코스피가 오른 날에도 한화오션은 평균 0.06% 하락했다. 지수가 내린 날에는 평균 3.63% 떨어져 코스피보다 낙폭이 0.63%포인트 컸다. 10월 한 달간 주가는 36.55% 하락했다.
LG이노텍은 코스피가 오를 때는 상승 폭이 작고, 내릴 때는 낙폭이 더 컸다. 지난달 코스피가 상승한 8거래일 동안 지수는 하루 평균 2.44% 올랐지만 LG이노텍은 0.39% 상승하는 데 그쳤다. 반면 코스피가 하락한 12거래일에는 지수가 하루 평균 3.00% 떨어진 데 비해 LG이노텍은 4.50% 하락했다. 지난달 한 달간 주가는 42.20% 떨어졌다.
대우건설은 지수 상승일에 평균 0.88% 오르는 데 그친 반면, 하락일에는 평균 4.38% 떨어졌다.
두산에너빌리티와 한전기술도 상승일 평균 등락률이 각각 1.07%, 1.38%였지만 하락일에는 각각 3.89%, 3.70% 하락했다.
HD현대일렉트릭과 에이피알, 대한전선, 현대로템, 두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반등 소외의 주된 배경으로는 인공지능(AI) 관련주를 필두로 한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 위축’이 꼽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급락은 개별 기업의 이익 감소보다 투자심리 위축과 수급 악화의 영향이 컸다”며 “AI 자금조달 불안·중동 확전·미국 물가 재가속이 할인율을 끌어올렸고, 외국인 18조7000억원 순매도에 자사주 매수 공백까지 겹쳐 주가 하락 압력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투자와 수출 흐름이 견조한데도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불안이 주가를 압박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AI 투자 수익성 우려 재확산이 AI발 공포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며 “그러나 AI발 주식시장 불안에도 불구하고 AI 투자 관련 펀더멘탈은 여전히 견조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투자심리 회복을 위해서는 고유가·고금리 부담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완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서는 반등이 이어지려면 이익과 현금흐름의 지속성이 확인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AI 관련 기업은 수요 확대가 실제 이익 증가로 이어지는지, 투자 이후에도 주주환원에 쓸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평이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실적의 크기에 더해 투자 부담과 주주환원의 실행을 평가할 시점”이라며 “이익과 현금흐름의 지속성이 확인되면 반도체 사이클 우려가 낮아지고 반등의 근거가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