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하나은행 Club1 한남PB센터지점.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익숙한 은행 영업점 대신 고급 휴양지를 연상시키는 널찍한 공간이 펼쳐졌다. 탁 트인 라운지는 여유롭고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고객을 맞는 공간부터 남달랐다. 상담실 한편에는 별도의 주방이 설치돼 있고 두꺼운 철문으로 외부와 분리된 공간도 갖췄다. 평소 투명하던 유리벽은 상담이 시작되면 불투명하게 바뀐다. 누가 이곳을 찾았는지,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지 외부에서는 알아볼 수 없게 설계했다.

김하진 하나은행 Gold PB부장은 “기업가나 연예인, 인플루언서 등 외부 노출에 민감한 고객이 많다”며 “다른 고객과 마주치거나 상담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만큼 사생활 보호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보통 금융자산 30억원 이상의 고객들이 이용한다. 부동산 등까지 포함하면 이들의 총자산은 100억원대를 넘어서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투자 상담에 그치지 않는다. 마치 자산관리 전문가와 전담 집사를 일대일로 둔 듯, 오롯이 고객 한 사람만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식과 채권 운용은 물론 세무·부동산·상속 상담을 한자리에서 받을 수 있고, 외부 인사와의 비즈니스 미팅이나 개인 업무를 위한 공간도 마련돼 있다. 고객이 프라이빗뱅커(PB)와 자산관리 전략을 논의하는 동안 별도 보조인력(PA)은 은행·증권 관련 실무를 대신 처리한다.

무엇보다 자산가들의 복잡하고 다양한 재무적 수요를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PB센터의 강점이다. 자산가들은 단순히 투자 수익률만 좇아 PB센터를 찾지 않는다. 주식과 채권부터 세금과 부동산,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방법까지 여러 고민을 한곳에서 해결하려는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곳이 바로 PB센터다. 자녀에게 아파트를 언제 증여해야 유리할지, 상속세를 낼 현금은 어떻게 마련할지,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는 누구에게 물려줄지까지 상담 테이블에 오른다. PB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은행 내 세무·부동산 전문가들이 함께 검토한다. 우리은행에서는 기업을 운영하는 고객의 가업 승계나 기업 매각 문제를 기업승계지원센터 소속 세무사와 협의하기도 한다.

우리은행 투체어스W 여의도의 정주영 PB지점장은 “기업 오너나 자산 규모가 큰 고객은 금융자산뿐 아니라 세무, 부동산, 가업 승계, 상속·증여 등 여러 분야의 상담이 동시에 필요하다”며 “상속·증여나 부동산 상담은 전문가와 함께 진행하기 때문에 한 고객에게 3시간 이상을 할애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자산관리의 범위는 개인을 넘어 가족 전체로 넓어지고 있다. KB국민은행에서는 자산관리 상담의 절반가량이 개인이 아닌 가족 단위로 이뤄진다. 부모와 자녀의 자산을 함께 살펴 결혼자금과 증여 시기, 은퇴 후 생활비까지 장기적인 계획을 세운다.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해 사후 재산을 어떻게 관리하고 나눌지도 미리 설계한다. 고객 한 사람을 넘어 가족 전체의 부를 관리하는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다.

상담실 문을 나가도 자산가들을 위한 특별한 대접은 이어진다. 신한은행은 PB 고객에게 골프와 여행, 공항 이용, 고급 다이닝, 쇼핑, 문화공연 등 다양한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장 전망과 투자 전략은 물론 상속·증여와 부동산을 주제로 한 소규모 세미나도 연다. 고객 한 명을 위한 맞춤형 금융 세미나부터 문화예술 강좌까지 자산가들의 관심사와 취향을 반영해 프로그램을 구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