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 검토를 중단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등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증권가에서는 중복 상장 우려 완화가 SK하이닉스에 호재지만, 반도체주 전반의 회복에는 인공지능(AI) 투자 부담 완화와 매수세 회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와 기업공개(IPO) 검토를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회사 측은 “솔리다임은 생산능력 확대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을 검토해 왔으나 자본시장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을 인수하며 출범한 회사다. AI 데이터센터용 기업용 SSD(eSSD)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내 생산 기반 확보와 신규 공장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상장을 검토했지만, 별도 상장 시 모회사 주주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결정이 SK하이닉스 주가를 눌러온 불확실성을 줄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관심은 상장 검토 중단에 이어 기존 주주에게 직접 혜택이 돌아가는 주주환원 방안이 나올지에 쏠린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회사가 구상하는 성장 전략보다는 주주가치 제고가 최우선 과제임을 천명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다가올 실적발표회에서 보다 실효적이고 구체적인 주주가치 제고 방안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메리츠증권은 오는 28일 예정된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설명회를 주가 반등의 주요 분기점으로 꼽았다. 지난 22일 종가 기준 내년 예상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10배로 역사적 하단에 근접한 만큼, 강화된 주주환원책이 나오면 저평가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는 평가다. 내년 1분기 모바일 메모리 가격 상승과 장기공급계약(LTA) 가격에 기반한 이익 성장도 주주환원 확대를 뒷받침할 요인으로 제시했다.

다만 솔리다임 상장 검토 중단만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동반 회복을 기대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중복 상장 우려 완화는 SK하이닉스의 개별 호재인 반면, AI 투자비와 자금조달 부담은 반도체 업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외부 자본 조달 기회가 줄어든 만큼 향후 투자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iM증권은 메타의 실적 발표 이후 시장의 관심이 AI 수요의 성장세에서 투자비를 감당할 재무 여력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메타는 매출 호조에도 대규모 설비투자에 따른 잉여현금흐름 적자가 부담으로 작용했다. 테슬라의 연간 설비투자 계획 축소도 AI 인프라 투자 확대 기대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지난 22일(현지시간) 6.72% 급락했다.

국내 수급 여건도 반등을 제약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도 종료되면서 매도 물량을 받아낼 기반이 약해졌다는 진단이다. iM증권에 따르면 22일 코스피 거래대금은 약 14조9000억원으로 전날 약 18조4000억원보다 줄었다.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4.03%, 5.49% 하락했다.

결국 두 종목의 주가 회복을 판단하려면 개별 기업의 주주환원 정책과 함께 AI 투자 지속 가능성, 시장 매수세의 복원을 확인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장의 관심은 견조한 AI 수요를 실제 매출로 전환하기까지 필요한 선행투자를 누가 감당할 수 있는지에 집중되고 있다”며 “반등의 지속성을 확인하려면 반도체 대형주의 가격 안정과 함께 거래대금·상승 종목 수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