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를 현혹하는 광고로 벌어들인 돈이 과징금보다 많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걸려도 남는 장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결혼정보업체 듀오는 10여년 전 허위·과장 광고로 제재받고도 비슷한 광고를 반복하다 다시 적발됐다.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은 ‘국내 최저 수수료 0.04%’를 내세웠지만, 별도 쿠폰을 등록하지 않은 고객에게는 최대 6배가 넘는 수수료율을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빗썸은 ‘국내 최저 수수료 0.04%’를 광고하면서도 이 수수료율을 적용받으려면 고객이 별도의 쿠폰을 직접 등록하도록 했다. 쿠폰을 등록하지 않으면 최대 0.25%의 기본 수수료율이 적용됐다. 광고에서 내세운 수수료율의 6.25배다.

실제 수수료 수입에서도 상당한 차이가 나타났다. 2024년 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13개월간 빗썸의 거래대금은 약 1332조원, 수수료 수입은 6298억3000만원이었다. 전체 거래대금에 광고 수수료율 0.04%를 일괄 적용하면 약 5328억원이다. 실제 수입이 이보다 약 970억원 많은 셈이다.

공정위는 쿠폰 등록이라는 중요 거래 조건을 충분히 알렸는지 등을 놓고 표시광고법 위반 여부에 대한 제재 절차를 진행 중이다.

국회에 제출된 자료의 정확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빗썸이 의원실에 직접 제출한 수수료 수입은 약 6298억원이었지만, 공정위를 거쳐 제출된 자료에는 약 6124억원으로 기재됐다. 같은 기간 수입인데도 약 174억원의 차이가 발생했다.

듀오는 ‘업계 최다 전문직·명문대 회원’, ‘업계 유일 외부감사’, ‘전문매니저 230명’ 등을 내세워 광고했다. 그러나 공정위 조사 결과 ‘업계 최다’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했다. 듀오만 외부감사를 받고 관련 내용을 공개하는 것처럼 광고했지만, 다른 업체들도 외부감사 결과를 공시하고 있었다. 또 전문매니저가 230명이라고 홍보했지만, 실제 회원 소개와 만남 주선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188명에 불과했다.

공정위는 지난 8월 듀오에 과징금 3억4500만원과 시정명령 등을 부과했다. 듀오는 2014년에도 ‘압도적인 회원 수’, ‘시장점유율 63.2%’ 등의 광고로 제재받은 전력이 있다.

제재까지 걸린 시간도 문제로 지적됐다. 공정위가 사건을 접수한 것은 2024년 5월이지만 최종 처분은 올해 8월에야 내려졌다. 약 2년 3개월이 걸린 셈이다. 공정위에는 반복 위반 사업자를 별도로 관리·점검하는 체계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 “광고 효과는 즉시 발생하는데 제재는 몇 년 뒤에 이뤄진다면 재발 방지 효과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소비자를 현혹해 얻는 경제적 효과보다 제재 비용이 작아 ‘걸려도 남는 장사’가 된다면 법 집행의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징금이 처벌이 아닌 기업의 영업비용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며 “반복적인 소비자 기만행위를 막을 수 있도록 공정위의 제재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